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마스크는 미세먼지의 해결책이 아니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마스크는 미세먼지의 해결책이 아니다”

입력
2019.05.16 16:31
수정
2019.05.16 21:56
23면
0 0
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된 지난 3월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출근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된 지난 3월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출근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사회통합 실태 진단 및 대응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은 ‘미세먼지 등과 같은 대기오염’을 가장 큰 위험사안으로 꼽았다. 성인 3,839명이 1점(전혀 불안하지 않다)부터 5점(매우 불안하다)까지 점수를 매긴 결과, 대기오염에 대한 불안은 3.46점에 달했다. 실업이나 북핵보다 더 불안한 존재가 된 미세먼지. 그래서 우리는 매일, 매시간 스마트폰으로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하고, 마스크와 공기청정기를 구매한다.

미세먼지 흡입이 몸에 좋을 리야 없지만,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걸까. ‘미세먼지 나쁨’인 날 마스크를 끼지 않고 한 시간을 외부에서 보내면 금세 건강이 나빠지는 걸까. 장재연 아주대 의대 교수는 “그렇지 않다”고 단언한다. 시민단체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이기도 한 장 교수가 30년 넘게 대기오염 문제에 천착한 끝에 내린 결론이다. 장 교수는 저서 ‘공기 파는 사회에 반대한다’에서 미세먼지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오해들을 조목조목 짚어낸다.

미세먼지 공포는 ‘최근 몇 년 간 미세먼지 오염이 급격히 악화됐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실제 수치는 그렇지 않다. 1988년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대기오염이 심했고, 올림픽 기간 동안 대기오염을 어떻게 관리 할 것인지가 큰 관심사였다. 저자는 당시 5단계 특별 계획을 수립하고 오염도를 예측하는 연구를 진행한 담당자였다. 한국의 대부분 도시에서 미세먼지 오염도는 장기간에 걸쳐 개선돼 왔다. 서울시의 지난 10년간 미세먼지(PM10)의 고농도 오염 발생 빈도는 상대적으로 고농도오염이라 볼 수 있는 ‘100㎍/㎥ 이상인 날’이나 훨씬 더 오염도가 높은 ‘250㎍/㎥ 이상인 날’ 모두 감소했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저자는 ‘위험’의 기준이 과도하게 높게 설정돼 있다는 점도 지적한다. 예컨대 보통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나쁨’ 단계는 미국에서는 255㎍/㎥ 이상인 반면, 한국에선 81㎍/㎥ 이상이다. 3배 이상의 차이가 나는 수치다. 보건용 마스크인 N95마스크의 경우, 미국흉부학회와 식품의약국(FDA)에서는 임산부나 노약자, 만성호흡기 질환자들이 사용을 주의해야 한다고 알린다. 사용을 ‘강권’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게다가 재활용되지 않고 모두 소각되는 일회용품인 마스크는 다시 미세먼지의 원인이 된다.

과도한 공포는 내려놓아도 된다고 하더라도, 한국의 대기가 청정하지 않다는 것 역시 사실이다. 미세먼지가 중국 발이기 때문에 해결할 수 없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다시 한번 그렇지 않음을 강조한다. 중국 발 미세먼지가 우리에게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정확히 연구한 결과 자체가 국내엔 없다. 환경부는 중국 내 미세먼지 발생원 자료가 없어 추정치를 넣고 모델링을 진행했다고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밝혔다.

저자가 내놓은 해결책은 우선 ‘우리의 자정’이다. 산업화와 도시화를 일찍 겪은 미국과 유럽 도시들은 1950년대 최악의 대기 질을 경험했지만, 지금은 지구에서 가장 청정도가 높은 곳이 됐다. 그들의 노력 사례를 본받는 게 우리가 할 일이라는 것이다. ‘중국 탓’을 하며 마스크 사재기를 하는 것보다는 산업, 교통, 가정 등 모든 분야에서 미세먼지 자체 발생량을 줄이는 것이 더 나은 해결책이라는 저자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공기 파는 사회에 반대한다

장재연 지음

동아시아 발행ㆍ324쪽ㆍ1만6,000원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