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15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를 오가는 모든 상업용 항공기의 운행을 무기한 중단했다. 미 당국은 베네수엘라 내 정정불안으로 자국민과 항공기의 안전이 위협을 받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는데, 몇 남지 않은 양국 간 경제적 연결고리 중 ‘하늘길’까지 끊어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을 더욱 고립시키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미 교통부는 국토안보부 요청에 따라 베네수엘라 공항 일대의 정정불안과 긴장사태 탓에 승객과 승무원의 안전이 위협받는다면서 이 같은 조처를 내렸다. 여객기뿐 아니라 화물기도 운항 중단 대상에 포함된다. 세계 주요 항공사들이 앞서 베네수엘라 취항을 중단한 가운데, 미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인 전면 취항금지를 내린 셈이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취항금지 조치를 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야당 지도자인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에게 권력을 이양하도록 압박하기 위해 마두로 정권에 대한 경제 제재를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두로 정권 퇴진 압박을 위한 트럼프 행정부의 원유 수출 제재, 금융 제재 등으로 베네수엘라는 이미 최악의 경제난을 겪고 있고 있다.
문제는 미국의 ‘마두로 옥죄기’에 애꿎은 베네수엘라 국민도 타격을 입게 된 점이다. NYT에 따르면 국가경제가 파탄난 상황에서 시민들은 생계를 위해 해외에 거주하는 친척의 기부나 송금에 의존했고, 특히 미국 마이애미에서 출발한 항공 택배를 통해 많은 물자를 받아왔다. 보건 비영리 단체 ‘아씨온 솔리다리아’의 대표인 펠리시아노 레이나는 NYT에 “인도주의적 원조를 들여오는 일이 엄청나게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우려를 내비쳤다.
미국 정부의 이번 조치에 앞서 미국의 주요 항공사들은 수요 감소와 안전 위험 등을 이유로 이미 베네수엘라행 항공을 중단해 오고 있었다. 유나이티드 항공과 델타항공은 지난 2017년 취항을 중단했고, 아메리칸항공(AA)도 올 3월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와 마라카이보로 향하는 노선의 운영을 잠정 중단했다. 미 국무부도 자국민에 대해 베네수엘라 여행금지 경보를 발령한 상태다.
한편 로이터는 익명을 요구한 베네수엘라 고위 야당 관계자와 정부 인사를 인용, 현재 두 명의 야당 대표와 정부 관료들이 비공식 회담 갖기 위해 노르웨이로 간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달 초 마두로 정권 축출을 위한 군사 봉기가 실패로 끝나고, 베네수엘라 내 정정불안이 계속되자 사태 해결을 위해 정부와 야당 양측이 협상을 위한 탐색전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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