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성이 극심한 복통으로 병원 응급실에 실려온다. 의료진은 그가 비만인데다 최근 혈압약을 끊었다는 말에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하지만 실제로 그는 임신 중이었고 산통을 겪고 있는 성전환자였다. 몇 시간 뒤에 검사결과 태아가 확인되었지만 너무 늦었다. 결국 이 남성은 태아를 사산하는 비극을 맞았다.
15일 (현지시간) 발간된 "뉴 잉글랜드 의학 저널"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게재된 이 사례는 남녀의 경계선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흐려져 가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스포츠, 연예계, 정부 기관 등 각 방면에서 문제시되고 있는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성급한 판단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의학계에서는 이로 인해 특정 인종과 특정 부류의 집단에 영향을 미치는 적혈구세포 질환이나 담낭 섬유종 같은 질병의 진단조차 어려워져 가고 있다고 말한다.
남성 임신 사례를 보고한 연구팀의 대표집필자인 미시간 대학의 다프나 스트로움사 박사는 "이 것은 특정 개인의 불운이 아니라, 성전환자 등 소수자가 현행 의료 시스템에서 겪고 있는 중대한 피해사례라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 남성은 의무 기록에도 남성으로 기록되어 있었고 겉보기에도 남성이었지만 실제로 임신하고 있었으며, 그런 남녀 구별이 결정적으로 필요한 치료나 처치를 불가능하게 한 것을 보여준 사례라는 것이다.
환자의 신원이나 사건이 난 병원과 지역을 모두 공개하지 않았지만, 32세의 이 남성은 응급실에 실려왔을 때 자신이 성전환자라고 말했고 전자 진료표에도 남성으로 기록되어 있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여성으로 태어났지만 남성으로 변환한 성전환자는 남성호르몬의 투입 같은 약물 요법이나 자궁제거 같은 수술요법에 의해 남성이 된다. 문제의 환자는 응급실에 왔을 때 남성으로 분류되었고 몇 해동안 월경도 없었으며, 남성호르몬 복용으로 배란과 월경이 멈춘 상태였다.
하지만 최근에 형편이 어려워 건강보험을 잃게되었고 그 때문에 혈압약과 함께 호르몬제 복용도 끊은 것이 화근이었다. 그는 응급실에 와서 "오줌을 싼 것 같아요"라고 말했지만 실제로 그것은 양수가 터져 곧 출산이 임박한 신호였다. 간호사들은 이 남성이 단순 복통이며 위급한 상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몇 시간 뒤에 의사가 진단과 검사를 실시한 결과 임신이 확인 되었고, 초음파 검사로는 태아의 심박활동이 매우 약하게 감지되었다. 또 양막이 터져 탯줄의 일부가 산도로 빠져 있는 것이 확인되어 의사들은 급히 제왕절개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수술실에서 이미 태아의 심박 음향은 들리지 않았고, 잠시 후에 그는 이미 죽은 태아를 낳았다.
만약 여성이 비슷한 상태에서 응급실에 왔다면 즉시 응급 산모로 분류되어 더 신속하게 태아의 상태와 출산에 대응하는 조치가 이뤄졌을 것이라고 연구진은 논문에서 밝혔다.
뉴욕대 메디컬 센터의 타마라 웩슬러 박사는 " 이번 사건은 정말 충격적이며, 그 결과는 비극이었다"고 말했다. 따라서 앞으로 의학교육과 의사 훈련에 성전환 환자들에 대한 교육과 훈련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성전환 보건전문가이며 미네소타대학의 정신분석의사인 닉 라이더 박사는 훈련만으로는 부족하며 앞으로 성전환자나 성적 경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나 편견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료표에 남성/ 여성으로 분류되어 있는 성별 자체가 환자에 대한 결정적인 치료 시기를 놓지게 하고 인간 개체별 다양성에 눈을 감게 해서는 안된다고 그는 말했다.
한편 "워싱턴의 성전환자 평등을 위한 국립센터"의 길리언 브랜스테터 대변인은 현재 성전환자들은 부인 암검사나 전립선 검사, 피임 같은 성과 관련된 진료에서 자주 난관에 부닥치고 있다면서, 남성 임신부의 사산은 그 중 가장 참혹한 사례이지만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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