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대구시 현장소통시장실
제99회 대구시 현장소통시장실이 열린 지난달 30일 대구 수성구 범어공원 내 수성구민운동장. 내년 7월 도시공원 일몰제 시행을 앞두고 대구에서 가장 갈등이 불거지고 있는 범어공원 내 운동장의 한 임시 천막에서 권영진 대구시장과 공원 내 지주, 인근 주민, 환경단체 관계자 등 200여명이 마주 앉았다. 일몰제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원 설립을 위해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한 뒤 20년이 넘도록 공원으로 조성하지 않은 경우 해제하는 제도다.
이날 쟁점은 △도시공원 우선조성사업 편입지역 소유자의 토지보상금 현실화 요구와 △미조성 지역 소유자의 민간개발 요구와 사유지 맹지화 우려 △공원출입통제 철조망 설치에 따른 주민 불편이었다. 한 지주는 “대구시와 수성구에 지주 입장을 하소연했지만 타 부서로 떠넘기기에 급급했다”고 불평했고, 한 주민은 “지주들의 이기주의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 시장은 “사유지가 61%나 되는 범어공원은 갈등과 민원이 많은 곳”이라며 “예민한 주제라 고성도 오가고 마찰도 있었지만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창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100회를 눈앞에 두고 있는 대구시의 현장소통시장실이 민원 해결의 대표 창구로 떠오르고 있다. 권영진 시장이 초선이던 2014년 7월 15일 칠성시장에서 상인들의 민원이었던 대형식자재마트 입점을 철회토록 한 것부터 출발해 이날까지 총 44일간 99회, 408건의 현안을 놓고 머리를 맞댔다. 현장에서 대안이 도출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범어공원처럼 입장이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는 경우는 입장 차만 확인하는 것으로 만족하기도 한다.
범어공원 일몰제는 민원 부서에서 올라온 현안 2, 3개에서 고르는 방식과 달리 권 시장이 직접 이 현장을 찍어서 현장소통시장실을 열었다. 딱 떨어지는 해결책이 나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권 시장 약속대로 20일 수성구청에 전담 소통상담실이 만들어지면 갈등이 좁혀지고 지주들이 철조망도 철거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에 따르면 현안 408건 중 해결된 것은 314건으로 77%에 이르고 있다. 추진 중인 과제는 70건이고, 장기과제는 24건이다. 장기과제는 대구소년원 이전과 국악전용극장 설립, 달성1차 산업단지 리모델링, 오수관로 설치 등 도시계획변경이 필요하거나 중앙부처 협의사항, 예산이 확보되지 않은 사업이 대부분이다.
분야별로 보면 건설ᆞ도로교통이 118건으로 가장 많고, 경제 기업지원이 97건, 환경 공원녹지가 51건, 문화체육관광 47건, 도시계획건축 36건, 보건복지 여성교육이 36건 등이다.
주요 해결 사례로는 지난달 8일 대구시 상인회관에서 열린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현장소통시장실’을 꼽을 수 있다. 130여 명의 전통시장 상인들은 경기침체와 온라인 소비패턴 변화 등을 토로했고 권 시장은 청년몰과 편의시설 개선 등 상권 활성화 대책을 제시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지역기업체 활성화를 위한 현장소통시장실’이 성서산업단지에서 열렸고, 2014년 9월에는 도동측백수림주차장에서 천연기념물 1호인 도동측백수림 보존을 위한 정부건의안도 도출했다.
여기다 염색산단 주변 음식물폐기물처리시설 악취해소 보완대책, 청년일자리 공감토크, 신암동 재정비촉진 계획변경 등 다양한 민원이 현장소통시장실을 통해 해결되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시민이 직접 참여하여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현장소통시장실을 통해 대구의 문제를 풀어 가겠다”고 말했다.
대구=전준호 기자 jhj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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