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 유력 대선주자 거론엔 선 긋고 “총선 심부름 시키면 따를 것”

이낙연 국무총리가 문재인 정부의 여야 협치 부재에 대한 지적에 “협치의 부족은 참으로 아쉽게 생각한다”면서도 야당의 대화 참여와 협조를 촉구했다. 이 총리는 내년 총선 역할론에 대해선 “심부름을 시키면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리는 이날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협치에) 정부ㆍ여당의 노력이 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한쪽의 노력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며 이렇게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해 1차 개각 때 야당 의원들을 모시려고 노력했지만 거절당하는 등 그간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총리는 이어 “올해 3월에 열기로 한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가 열리지 않았고 5당 대표 회동 제안에도 한 정당은 1대1이 아니면 만나지 않겠다고 한다”며 “야당도 싸울 때는 싸우더라도 국가적 문제가 있으면 함께 자리해주시는 게 어떨까 하는 제안을 조심스럽게 드린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자유한국당이 역제안한 ‘선 1대1 회담, 후 5당 대표 회동’ 방안에는 선을 그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 야당 대표와 1대1 연쇄 회담이 이뤄졌는데, 한 야당과 대화를 마치면 다음 야당은 더욱 자극적이고 강력한 화제를 들고 나와 결국 갈등이 고조될 뿐 실질적 협치가 어려워진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여권을 향한 쓴소리도 빼놓지 않았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0일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과 마이크가 꺼진 줄 알고 나눈 공무원 관련 밀담에 대해 이 총리는 “정치인의 말에 맞춰준 행정부의 과잉서비스 아니었나”고 해프닝성으로 평가하면서 “공직사회의 장단점이 있을 뿐, 2년차, 4년차 공직사회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해다.
범여권의 유력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이 총리의 대선 행보는 이날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이 총리는 “지금 그런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다. 마음의 준비도 그렇게 단단히 돼 있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총선에서 합당한 역할을 하겠다’는 언급이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 출마를 염두에 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순방 기간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정부ㆍ여당에 속한 사람이니 심부름을 시키면 따라야 할 것’이라며 술에 물 탄 듯 한 말이었다”면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이에 대해 ‘진지한 말씀’이 아니라고 했는데 제대로 보신 것”이라는 말로 넘어갔다.
이 총리는 임명제청권 행사 문제에 대해 “제청 대상 인사 가운데 저와 협의 없이 결정된 것은 단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또 국무위원 해임 건의권을 행사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문재인 대통령에게 말씀 드린 적 있다. 문제가 크고 (해당 국무위원이)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지금 그 분은 내각에 계시지 않다”고 소개했다. 어떤 총리로 기억되길 바라냐는 질문에는 “제 임기가 끝날 땐 ‘안전 대한민국이 진일보했다, 그 과정에서 이낙연이 일조했다’는 평가라도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정부에서도 문재인 정부의 포용국가라는 큰 틀은 계승될 필요가 있으며, 보강돼야 할 부분은 산업정책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총리는 현재 우리 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명암이 뚜렷해지고 있다. 밝은 것도 있지만 어두운 것이 점점 더 어두워지는 경향을 띠고 있다”며 “고용과 분배의 문제는 훨씬 더 심각한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정부 내 대표적인 일본통으로서 강제징용 배상 판결 관련 대책 수립을 이끌고 있는 이 총리는 “사법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행정부가 나서서 대책을 내놓는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한계가 있다”며 “과거의 상처에서 오는 문제들은 그것대로 대처해 나가되 그 문제를 더 이상 악화시키지 않도록 해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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