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간고사를 치른 대학가에 간식비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대학은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시험 기간에 학생들에게 컵밥, 햄버거, 샌드위치, 음료 등 각종 간식을 제공한다. 학생들이 낸 총학생회비를 재원으로 조달하는 간식이다.
이 때문에 최근 건국대, 경희대, 국민대, 한양대 등 일부 대학이 학생회비를 낸 사람만 간식을 받아가도록 하면서 논쟁이 붙었다. 해당 대학 학생회는 간식 수령일과 장소 등을 안내하면서 ‘학생회비 납부자만 간식을 받을 수 있다’는 안내를 내보냈다.
학생회 측은 학생회비 납부 명단을 준비해 놓고 학생증과 명단을 대조한 뒤 간식을 줬다. 각 대학들이 이런 조치를 취하는 이유는 학생회비 납부율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건대 총학생회에 따르면 학기당 1만500원인 학생회비 납부율이 전체 재학생 기준으로 50%에 불과하다. 한양대는 올 1학기 학생회비 납부율이 30.3%에 그쳤다.
과거에는 학생회비가 등록금에 포함됐으나 요즘은 학생이 내고 싶은 경우에만 내도록 자율 납부로 바뀌면서 내지 않는 학생들이 많다. 따라서 각 대학 학생회들은 학생회비가 재원인 만큼 납부자에게만 주는 것이 맞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런 조치에 대해 반발하는 학생들도 있다. 오현아(25ㆍ한양대)씨는 “학생회비 납부자들에게만 간식을 지급하는 것을 이해하지만 먹을 것으로 사람을 차별하는 것 같아 기분이 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 바람에 한양대는 학생회비 납부자에 한해서 간식을 주겠다는 공지와 달리 교비로 간식을 선착순 지급했다.
하지만 학생회비 납부와 상관없이 모든 학생에게 간식을 주면 또 다른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한다. 학생회비를 낸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에게 분명한 차이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양대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학생회비를 재원으로 간식을 모두에게 주면 학생들이 이의를 제기한다”고 설명했다.
학생회비 용도에 대해 문제 삼는 의견도 있다. 즉 학생회비를 간식 지원에 사용하는 것은 학생회 활동의 독립성과 상관없어서 용도를 흐린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학생회가 등록금 심의나 교육 캠페인 등 학교측과 부딪치는 활동을 할 때 학교측 비용 지원이 없어도 활동할 수 있도록 경제적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이 학생회비의 목적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간식 조달에 사용하는 것은 문제라는 의견이다.
이 때문에 시험기간 간식 지급에 기업 지원을 적극 활용하는 대학들도 있다. 성균관대 총학생회는 중간 고사 기간에 음료수와 화장품 등을 배부하며 ‘본 행사는 학생회비를 사용하지 않는다’며 콜롬비아나, 대학내일, 레드불, 더페이스샵 등의 업체 지원 사실을 알렸다. 숙명여대도 중간고사 기간에 고구마, 호박 감자, 탄산음료 등을 나눠주며 CJ제일제당과 데미소다의 후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다른 대학들도 기업 지원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국민대 총학생회는 제품 종류와 지급 방식, 홍보 방법에 따라 지원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한양대 비대위도 상업성이 지나치지 않다면 현물로 야식 지원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주소현 인턴기자 digita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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