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질본, 규제 마련에 소홀”… 2016년부터 2년간 392유닛 공급
임신 경험 여성의 혈장을 수혈하면 최대 사망에 이르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에도 불구하고 질병관리본부가 관련 규제를 마련하지 않아 임신력 추정 여성의 혈액이 400유닛 가까이 수혈용으로 공급됐다고 15일 감사원이 밝혔다.
감사원은 이날 ‘혈액 및 제대혈 관리실태’ 감사 결과를 공개하고 질본이 여성헌혈자의 혈장이 포함된 혈액이 수혈용으로 공급되지 않도록 막는 기능을 수행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감사원이 전한 주요 연구결과에 따르면 과거 임신한 적 있는 여성헌혈자의 혈장이 포함된 혈액제제는 ‘수혈 관련 급성폐손상’(TRALI) 유발 가능성이 높아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은 남성 혈장만을 수혈 가능하게 제한하고 있다. TRALI는 수혈 후 6시간 내에 호흡 부전이 발생하고 최악의 경우 사망에 이르는 등 수혈 관련 사망사고의 주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2009년 국내에서도 TRALI 발생 사례가 보고됨에 따라 대한적십자사는 같은 해부터 여성 혈장이 포함된 혈액제제의 수혈을 금했다. 하지만 정작 수혈안전을 책임져야 할 질본은 전국 혈액원에 배포하는 ‘표준업무안내서’에 관련 금지 지침을 담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그 결과 2016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적십자사를 제외한 민간 혈액원 2곳의 채혈 및 공급실적에서 여성헌혈자 2만 8,517명의 혈액 3만 6,865유닛(보통 유닛당 120~200㎖)이 수혈용으로 공급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중에는 과거 임신 관련 치료를 받아 임신력이 추정되는 여성 345명의 혈액 392유닛도 있었다.
감사원은 질병관리본부장에게 “여성 혈장이 포함된 혈액제제가 수혈용으로 공급되지 않도록 제한하는 등 TRALI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질본은 이에 “혈액원 표준업무안내서 개정 시 관련 내용을 반영해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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