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에서 가장 인구가 많고 번화한 제주시 노형동과 연동은 아파트단지가 밀집해 있고, 제주도청과 제주공항 등 주요 시설은 물론 대규모 상권이 형성된 지역이다. 이 때문에 ‘제주의 강남’이라 불리지만, 법적으로 이들 지역은 농어촌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이는 2007년 2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특례로 도내 39개 법정동과 5개 통을 ‘동의 주거지역 중 농어촌지역’으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대부분 읍ㆍ면지역에 한해 농어촌지역으로 지정하고 해당 지역의 농어업인에게 자녀학자금, 건강보험료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을 줬지만, 동 주거지역에 거주하는 농어업인의 경우 지원을 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결국 이 같은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제주도 동의 주거지역 중 농어촌지역의 지정에 관한 조례’가 제정됐다. 해당 조례에는 동 또는 통 전체 지역주민 중 농어업인 수가 25%를 넘거나, 농지면적과 목장용지ㆍ임야면적이 전체 면적 중 공공용지를 제외한 면적의 50%를 넘으면 농어촌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기준을 정했다. 이로 인해 노형동과 연동은 2007년 당시 농어입인 수가 각각 전체의 7.1%, 6.0%에 불과한데도 농지면적 등이 전체의 71.4%, 63.4%를 차지하고 있어 농어촌지역으로 지정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조례가 시행된 이후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이들 동지역에 거주하는 비농업인들이 읍ㆍ면지역으로 귀농ㆍ귀촌을 하더라도 이미 농어촌지역으로 분류된 지역에서 살았다는 이유로 귀농ㆍ귀촌 창업 및 주택구매 지원 등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지원사업 시행지침을 보면 농어촌지역으로 전입 직전 도시 지역 거주 기간이 1년 이상이 돼야만 귀농ㆍ귀촌으로 인정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서울 등 대도시에 살던 사람이 농어촌지역으로 분류된 제주의 동지역으로 이주하면 귀농ㆍ귀촌으로 간주돼 해당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결국 실제 귀농ㆍ귀촌하는 주민은 지원을 받지 못하는 등 역차별이 발생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제주도는 농어촌지역을 현실에 맞게 재조정하기 위해 관련 조례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도는 상반기 내에 도내 법정동 지역 내 지역주민 중 농어업인 수와 농지면적 등 기본 현황을 조사해 조례 개정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조례 개정으로 인한 기존 농어촌지역에서 혜택을 받아 온 농업인들이 농어촌지역에서 제외될 경우 발생하는 문제점 등을 면밀히 파악해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도 관계자는 “현재 제주시와 서귀포시 법정동에서 전체 인구 대비 농업인수가 25%를 넘는 곳은 드물고, 조례가 10여년 전에 제정돼 현실에 맞지 않은 부분이 많다”며 “앞으로 기본 조사 결과를 토대로 조례 개정안을 만들어 하반기쯤에 제주도의회에 제출하고, 조례가 통과되면 농어촌지역을 재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