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ᆞ화폐단위 변경)’은 ‘(돈의) 액면가를 다시 매김’이라는 뜻이다. 현실적으론 기존 1,000원을 1원으로 표기를 바꾸거나, 아예 화폐단위를 ‘원’에서 ‘환’으로 바꿔 1,000원을 1환으로 바꾸는 식의 일이다. 지나치게 커진 화폐단위를 낮추기 위해 통화정책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일종의 화폐개혁이다. 물론 화폐단위 표시만 바뀔 뿐, 이론적으로는 가치 변동이 없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국회 답변에서 “논의할 때가 됐다”고 언급한 후 관심이 높아졌다.

▦ 리디노미네이션 필요성을 인정한 건 이 총재가 처음은 아니다. 한은에서는 이미 2000년대 초부터 연구와 논의가 활발했다. 박승 전 한은 총재는 2002년 취임 때부터 ‘화폐제도 선진화 추진팀’을 발족시켜 관련 연구를 진행케 한 뒤 종합계획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우리 경제 규모에 비해 원화의 액면단위가 너무 크다는 문제의식이 작용했다. 원ㆍ달러 환율은 1,180원대인 반면, 엔ㆍ달러는 109엔, 유로ㆍ달러는 0.89유로이고, 달러당 중국 위안화 환율도 6.90위안인 것만 봐도 원화 액면단위가 얼마나 팽창했는지 나타난다.

▦ 환율은 화폐의 교환비일 뿐이지만, 너무 높으면 왠지 해당 화폐의 위상이나 국격이 낮게 느껴지는 면이 분명히 있다. 1달러에 비해 같은 가치인 베트남의 2만3,000동은 왠지 가볍게 느껴진다는 얘기다.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기업 회계 등 통계상 불편이 크다는 것도 필요성의 하나로 꼽힌다. 반면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만만찮다. 우선 1962년 등 과거 경험상, 이론과 달리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게 문제다. 1,650원짜리 물건이 1환65전이 될 경우, 전 단위 가격은 얼렁뚱땅 상향 조정이 되기 쉬운 이치다.

▦ 수십조 원이 들어가는 직간접 예산과, 경제 위축을 초래할 수 있는 점도 걱정이다. 찬반 양론에도 불구하고 13일 국회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참여한 ‘리디노미네이션을 논하다’ 정책토론회가 개최됐다. 1,000대 1 정도의 단위 변경 비율과 부작용 완화를 위한 점진적 신ㆍ구화폐 교환 방안까지 나온 상태다. 일각에선 벌써부터 약삭빠르게 현금을 금이나 주택에 묻어두려는 ‘안전자산’ 선호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화폐단위 변경에 대한 기대가 적지 않다는 얘기일 것이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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