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동 KBS 사장이 취임 1년을 맞아 지난 한 해 KBS를 돌아보며 각종 논란들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발전에 대한 방향성을 밝혔다.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 신관 누리동에서는 양승동 KBS 사장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양승동 KBS 사장을 비롯해 임병걸 전략기획실장, 황용호 편성본부장, 김의철 보도본부장, 김덕재 제작1본부장, 이훈희 제작2본부장이 참석했다.
이날 양승동 사장은 “지난 4월 9일 취임한 이후에 1년여 간 사장으로 취임해서 KBS 공영방송 사장으로 일을 쭉 해왔는데 의욕과 의지는 컸지만 국민들의 눈높이에 충분하게 부합하지는 못한 1년이었다”며 “KBS의 과거 많은 어려움과 신뢰도 추락이 있었는데 다시 한 번 KBS가 공영방송의 위상을 회복할 수 있는 가능성은 확인했지만 취약한 점 역시 있다는 것을 확인한 1년이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다”고 지난 1년에 대해 평가했다.
이어 양 사장은 “특히 지난 1년 간 KBS를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보도 프로그램, 재난 방송을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있었는데 그런 과정들이 KBS가 다시 거듭나는 계기로 삼고 계속해서 정진 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양 사장의 말처럼 KBS는 지난 1년간 다양한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홍역을 치러왔다. 이날 가장 먼저 언급된 이슈는 양 사장이 최근 진미위와 관련해 검찰에 송치된 사건이었다.
지난 8일 양승동 사장은 고용부 서울남부지청으로부터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양 사장은 지난해 KBS 정상화를 위해 만든 진실과 미래위원회를 만드는 과정에서 노조원들의 동의를 받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KBS공영노조는 KBS가 진실과 미래위원회 운영 규정에 직원들에게 불리한 징계 규정을 포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양 사장이 새로운 징계 규정을 만들 때 노조의 동의나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현행 근로기준법을 어긴 혐의로 서울남부지법에 진미위 활동 가처분 신청을 냈다. 하지만 지난 14일 서울고등법원은 KBS 진미위 활동 중단 가처분 항고심에서 진미위 규정 중징계 등 인사조치 권고 조항에 대한 효력정지 결정을 취소하면서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나 서울고법의 가처분신청 기각 판결과는 관계없이 양 사장은 검찰에 송치된 건과 관련한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이에 대해 양 사장은 “진미위 운영 규정 제정 절차 문제로 고용부 남부지청으로부터 조사가 있었고 검찰 송치를 했다”며 “서울 고등법원에 항고를 했고, 어제 진미위에 대해서 문제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이 검찰에 송치 된 근로기준법 위반 사안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어 “근로기준법 94조에 취업 규칙을 제정할 때 과반 노조가 없을 경우에 근로자 과반수의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는 법이 있다. 작년에 진미위 규정을 제정할 때 사내 게시판 등을 통해서 오픈해서 제정 상황이 공유가 됐고 이사회에서 논의 과정이 길었다”고 해명한 양 사장은 “그 과정에서 충분히 알려졌고 의견수렴 절차가 충분히 이루어졌다고 보고 있다. 고등법원에서 어제 판결문에서도 취업 규칙이라고 볼 수 없다는 판결도 있었기 때문에 좋은 방향으로 결론이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으로 화두에 오른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2주년 대담에서 불거진 송현정 기자의 태도 논란이었다.
앞서 KBS 송현정 기자는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념으로 진행된 대담 당시 문 대통령의 말을 끊는 등의 태도를 보이고, 일부 부적절한 단어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일각의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양 사장은 “대담 인터뷰가 있었는데 이렇게까지 다양한 반응이 있을 거라고 사실 예상을 못했다”며 “KBS가 80분 동안 대통령 대담을 하는 게 KBS 뿐만 아니라 국내 언론에서 처음이었고, 저희도 최선을 다해서 준비했지만 송현정 기자로 인터뷰어가 결정이 되고 그 포맷이 결정 된 게 일주일 전이었다. 그러다 보니까 열심히 준비했지만 조금 더 충분하게 준비했으면 좋았겠다 하는 아쉬움은 있다”는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이어 “저는 제 방에서 인터뷰를 지켜봤는데 집중해서 봤고, 대통령의 답변과 송 기자의 질문에 집중하다 보니까 논란이 됐던 송 기자의 표정이라든지 중간에 말을 끊으려고 했던 부분들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크게 인지하지 못했다”며 “워낙 긴장된 80분이었고 영상을 보시면 알겠지만 그 넓은 공간에서 대통령과 상당히 경력이 있는 기자이지만 긴장감이 흐르는 분위기였고 긴장 속에서 인터뷰를 했다고 해서 저는 격려를 해줬다. 다양한 분석 기사들, 의견들을 보고 있고 KBS가 이런 대담 프로그램도 더 잘 할 수 있도록 부족한 부분들을 보완하는 계기로 삼으려고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양 사장은 “송 기자에게 과도하게 포커스가 집중돼서 본인도 많이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며 “최근 KBS 공영미디어 연구소에서 얼마 전에 연구를 했는데 국민의 60%가 여전히 한국 언론을 불신하고 있다고 하더라. 그런 상황에서 KBS가 이런 시도를 했는데 비판을 받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KBS가 신뢰를 회복해서 거듭나기 위한 성장통으로 생각하겠다”는 생각을 전했다.
이와 더불어 지난 4월 강원 고성 산불 발생 당시 ‘늦장 보도’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KBS의 재난보도 시스템에 대한 개선 대응책 마련에 대한 입장 역시 전해졌다.
이날 김의철 보도본부장은 “산불보도 관련해서 저희 나름대로 최선을 다 헀다고 생각하지만 여러 차례 말씀드렸듯이 국민 여러분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미숙함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그 직후부터 전략 TF팀을 구성해서 부사장 주재로 정부 측에 요청할 것은 요청하고 저희가 준비할 것은 준비해서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해당 대응책이 마련 되는대로 전 KBS 소속 기자들이 대응책이 몸에 밸 수 있도록 모의 훈련 등을 실시할 수 있게 할 예정”이라고 밝힌 김 본부장은 “곧 태풍 등의 재난이 예상되는 시기가 오고 있는데, 재난 방송에 더욱 충실할 수 있는 KBS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양 사장 역시 강원 산불 보도와 관련한 TF팀 구성 이후 사안 발표 시기에 대해 “부사장 주재로 TF팀을 가동을 계속 해서 시스템적으로 취약한 부분을 보완 중”이라며 “조만간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어제 대략적인 부분은 거의 다 나왔고, 방통위원장이 해당 사안들을 확인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빠른 시일 내 대응책을 밝히겠다고 예고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마지막으로 언급된 사안은 ‘상생’을 키워드로 제시한 KBS의 노동 처우 개선에 대한 이야기였다.
양 사장은 “저희는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KBS를 표방했다. 그 요소 중 하나가 상생이라는 키워드로 이야기할 수 있겠다”며 “그 일환으로 내부에서 방송 음향이나 관현악단 등 무기계약 직원 등 그간 사내에서 차별 대우를 받아왔던 이들에 대한 합리적인 차별 철폐를 위한 일반화를 추진했다. 앞으로도 사내에서 불합리한 부분은 개선해 나가도록 하겠다. 외부적으로는 편성과 제작 쪽에서 계속 외주사, 독립제작사 등과 여러 차례 협의를 거쳐서 제작비를 인상한다던지 인센티브를 부과해서 상을 준다던지 하는 조치를 취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양 사장은 “또 현재 방통위, 지상파 3사, 언론 노조와 함께 외주 제작사 처우 개선을 위한 조직을 만들어 합의 중이다. 급격한 환경 개선은 어렵지만 단계적으로 노력 중이다. KBS가 현재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저희가 공약한 부분이고 건강한 미디어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결국 KBS 콘텐츠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꾸준히 해 나가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또 임병걸 전략기획실장은 “관현악단 등의 사내 무기계약직 직원들은 일반직으로 전환했으나 여전히 다양한 비정규직이 존재한다”며 “오는 6월 말까지는 사내에 존재하고 있는 다른 비정규직 분들에 대해서도 처우와 신분을 개선할 것인가를 종합적으로 논의해서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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