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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관료는 호텔비 25% 더 내”… 감정전쟁 번지는 美中 무역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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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관료는 호텔비 25% 더 내”… 감정전쟁 번지는 美中 무역전쟁

입력
2019.05.15 14:04
수정
2019.05.15 18:55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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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의 불똥이 엉뚱한 곳으로 튀고 있다. 삐뚤어진 애국심이 부당한 차별을 동반하는 배척감정으로 변질되면서 미중 관계 전반이 악화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미국 정부 인사를 상대로 돈을 더 내라고 바가지를 씌우는 호텔이 생기는가 하면, 중국 학부모들은 자녀의 미국 유학길이 막히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실정이다. 중국 매체가 연일 애국심을 촉구하며 결사항전을 부르짖자 적잖은 중국인들이 반미감정에 휩쓸려 동조하는 분위기다.

중국 남부 하이난(海南)성의 호텔그룹 황마지아르(皇馬假日)는 15일 공식 웨이보 계정에 “미 정부 관료들은 25%의 서비스 요금을 추가로 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총 2,500억달러(약 297조원) 상당의 중국산 제품에 25%의 고율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나머지 3,250억달러(약 386조원) 규모 수입품에도 25%의 관세를 물리려는 현 상황을 꼬집은 것이다. 호텔 측은 “미국인들이 25% 추가 요금을 내면서까지 호텔에 투숙할 것인지를 미리 물어볼 것”이라고 배짱을 부리기도 했다. 손님을 받지 않는 한이 있더라도 적어도 미국처럼 일방적으로 관세를 부과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다. 이 호텔은 객실 점유율이 85%를 웃돌아 경영상태가 건실한 편이다.

미 명문대인 매사추세츠 공대(MIT)에 올해 중국인 입학생이 단 한 명도 없다는 소문이 한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확산돼 교육열 높은 중국 학부모들이 발칵 뒤집히기도 했다. 무역전쟁이 한창인 상황에서 미 정치권을 중심으로 “중국 학생들이 간첩 행위를 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진 탓이다. 예일, 스탠퍼드 등 다른 일류대학에서도 중국 학생들에게 입학 허가를 꺼리고 있다는 불안감이 커졌다. 확인 결과 매년 중국인 입학생이 꾸준히 늘고 있는 터라 낭설로 밝혀지긴 했지만, 자녀를 미국에 보내려는 중국 부모들은 마음을 졸이며 무역전쟁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중국은 올해 건국 70주년을 맞아 초등학교는 물론 중ㆍ고교에서도 애국주의 교육을 강화해 왔다. 또 국학(國學)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중국인의 자부심이 한껏 고양되던 차였다. 여기에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반미감정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온갖 자극적인 언사가 온ㆍ오프라인 매체를 뒤덮고 있다. 지난 13일 미국을 향한 전면전을 선포하며 강경대응을 주문한 중국 CCTV 메인뉴스는 불과 하루 만에 SNS 조회 수가 33억건을 넘어 대중의 관심을 입증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처음에는 유난을 떠는 것으로 비쳐졌지만, 무역전쟁이 갈수록 고조되면서 나라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끝까지 싸우자는 정서가 중국인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중국 관광객들은 미국에서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 시트립 분석 결과 이달 초 나흘간의 노동절 연휴 때 해외여행 선호도에서 미국은 9위를 기록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전했다. 지난해 5위에서 한참 떨어진 순위다.

다만 중국인들의 불만이 아직 미국 제품 불매운동으로 번지지는 않고 있다. 일부 관변학자들이 대중을 부추기는 것과는 온도 차가 있다. 네티즌들은 “당의 노선과 정부 지침을 충실히 따르겠지만, 미국산 물건을 아예 외면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반응이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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