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전담반 편성 본격 수사 나서
‘전국구’ 집창촌인 대구 자갈마당 종사자들이 전ㆍ현직 경찰관들에게 뒤를 봐 주는 대가 등으로 수시로 금품 향응을 제공했다며 실명과 함께 경찰에 진정해 파문이 일고 있다. 대구경찰청은 진정서가 접수된 14일 오후 전담수사반을 편성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대구경찰청은 15일 “일부 경찰관이 자갈마당 업주들로부터 금품 향응 등을 받았다는 진정이 접수됨에 따라 전담수사반을 편성, 내사에 착수했다”고 이날 밝혔다.
전담수사반은 지능범죄수사대장을 팀장으로 총 9명(회계ㆍ디지털포렌식 지원 2명 포함)으로 구성했다. 진정서에 언급된 전직경찰관 2명, 현직 8명 모두 10명과 근무한 적이 없고 수사력이 입증된 수사관을 대구경찰청과 일선 경찰서에서 차출해 팀을 짰다.
자갈마당 이주대책위원회는 지난 14일 대구경찰청 민원실에 접수한 진정서를 통해 “전ㆍ현직 경찰관 10명이 수시로 금품향응을 요구해 받거나 부당하게 업무를 처리했다”며 뇌물수수와 무고, 직권남용 등을 했다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진정서와 이주대책위 등에 따르면 이들 경찰관은 지난 2012년부터 올 초까지 각종 명분으로 금품향응을 제공받거나 함정수사를 해 왔다. A 경찰관은 2016년 3월 주점, 2018년 가을 호텔 룸살롱에서 고가의 향응 접대를 받았다. B 경찰관은 지난 2월 자갈마당 고문과 수시로 연락하며 자갈마당 관계자 이모 씨를 함정수사하고 무고해 입건했다. 또 C경찰관은 자갈마당 조합이 업주들로부터 갈취한 돈을 전달받았으며 D경찰관은 2012년 홍삼, 자연산 전복과 가리비 등을 수시로 보내라고 강요했다. 심지어 퇴직한 E경찰관은 2013년 뒤를 봐주겠다며 현금 1,000만원을 받아 챙겼다.
대책위 측은 또 “업주와 경찰관의 유착 사실을 제기하자 유무형의 압력이 가해졌다”며 “어떤 종사자의 딸은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공공기관에서 근무시간 중 과장이 불러내 관련 이야기를 언급하며 회유 당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또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 할 증인과 목격자, 녹취록이 있다”고 했지만 이 같은 물증을 당장 경찰에 제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서울 강남의 클럽 ‘버닝썬’ 관 관련한 성매매 마약 경찰유착 의혹 등에 대해 경찰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지만 용두사미로 끝나는 상황에서 대구경찰이 과연 제대로 된 수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일고 있다.
자갈마당에 대한 경찰 유착 의혹은 과거에도 수 차례 제기됐으나 단편적인 징계로 끝난 게 대부분이었다. 성매매업소 밀집지역은 그 특성상 크고 작은 폭력사태가 빈발할 수밖에 없고, 어떤 형태로든 경찰이 개입하게 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이 과정에 금품향응이 오갈 소지가 다분하지만 성매매 그 자체가 불법이어서 그 동안 수면위로 드러나지 않고 넘어간 게 다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진정서에는 ‘다수의 피해자들이 금품 향응 무고 등의 피해를 입었다’는 식의 전해들었다는 내용밖에 없어 진정인 조사 등을 거쳐 피해사실을 구체적으로 확인한 뒤 피진정인을 조사하겠다”며 “피진정인과 인연이 없는 경찰관으로 수사팀을 구성하는 등 한 점 의심 없이 공정하게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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