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사우나와 찜질방을 돌며 잠든 손님의 휴대폰 속 유심(USIMㆍ개인식별정보를 담은 모듈)카드를 훔쳐 소액결제로만 1,700만원을 가로챈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훔친 휴대폰 8대, 유심카드 12개를 이용해 게임 아이템과 상품권 등을 구입한 뒤 되파는 수법으로 돈을 받아 가로챈 오모(20)씨를 절도 및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15일 밝혔다. 경찰은 오씨로부터 게임 아이템 등을 사들여 중고사이트에 되팔아 30~40% 정도 차익을 챙겨온 이모(29)씨 등 3명도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군입대를 앞두고 있던 오씨는 지난 1월 11일부터 넉 달 동안 사우나와 찜질방 등을 돌아다니며 심야에 깊이 잠든 손님들의 휴대폰에 꽂힌 유심카드를 몰래 빼냈다. 서울은 물론, 경기ㆍ대전 일대까지 돌아다니면 범행을 저질렀다. 유심카드를 빼내기 어려울 경우에는 아예 휴대폰을 통째로 훔치기도 했다. 오씨는 유심 카드가 있으면 비밀번호 없이 월 소액결제 한도인 100만원까지 돈을 뽑아다 쓸 수 있다는 점을 이용했다.
오씨는 이렇게 빼돌린 돈으로 온라인 상품권과 게임 머니 등을 구매했다. 한 번 범행에 이용한 휴대폰과 유심카드는 버렸다. 유심카드를 도둑맞은 이들은 유심카드가 없어졌다는 사실을 알고도 별다른 조치 없이 있다가 월말에 결제액이 요금과 함께 청구되자 그제서야 범죄자에게 당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오씨는 게임아이템깡 거래 등을 해오던 이씨 일당과 접촉했다. 유심카드를 도둑맞은 피해자들 명의의 소액결제로 게임 머니, 아이템, 상품권 등을 사들인 다음, 이를 중고로 다른 이용자들에게 팔아 넘겼다. 이씨 일당은 이렇게 얻은 수익 가운데 30~40%를 수수료 명목으로 챙긴 뒤 나머지 돈을 오씨에게 넘겼다.
경찰은 별도 보안장치가 없다는 이유로 유심카드가 범죄 표적이 된 경우가 더 많을 것으로 보고 단속을 강화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심카드를 다른 휴대폰에 꽂으면 쉽게 타인 명의 소액결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유심카드 보관 및 관리에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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