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사들이 연초에 이어 이달 말부터 자동차보험료를 줄줄이 인상한다. 1년에 두 번이나 자동차보험료를 올리는 건 이례적인 일로 소비자들의 부담이 예상된다. 보험사들은 원가 상승에 따른 불가피한 인상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하반기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전날 열린 1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자동차보험료 인상 계획에 대한 질문에 “6월 첫째 주 1.5% 수준으로 인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 1위인 삼성화재가 보험료 인상 입장을 밝힌 만큼 다른 손보사들도 줄줄이 보험료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AXA손해보험은 이달 말, KB손해보험과 현대해상은 다음달 인상하기로 결정했거나 검토 중이다. 인상률은 삼성화재와 비슷한 1.5% 전후로 예상된다. 당초 보험업계는 최고 2% 수준의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지만 “인상폭을 줄여달라”는 당국의 권고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가 밝힌 보험료 인상 요인은 표준약관 개정에 따른 원가 상승이다. 육체노동자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높인 지난 2월 대법원 판결이 이달부터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에 반영되면서, 보험사는 교통사고 피해자가 종전 기준보다 오래 일한다는 가정 아래 일하지 못한 기간의 수입을 계산해 보상해야 한다. 아울러 사고 차량을 중고로 판매할 때 발생하는 시세 하락분의 보상 대상 기간도 출고 후 2년에서 5년으로 늘어났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이번 요율 조정은 대법원 판결과 금융당국 지시를 반영해 약관을 수정한 데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보험사들이 올해 1월 정비수가 인상을 반영한다며 자동차보험료를 이미 3~4% 인상한 터라 추가 보험료 인상은 소비자 반발을 부를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 역시 지난달 “보험료 인하 요인을 반영하고 사업비를 절감해 보험료 인상을 최소화하라”며 압박을 가한 바 있다. 보험사들은 보험료 인상 시점을 늦추고 인상 폭도 줄이며 ‘성의’를 다했다는 입장이다.
자동차보험료 추가 인상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연초 정비업체들과의 수가 합의를 토대로 보험료를 인상했지만 당시 모든 업체와 합의가 완료된 것이 아니었다”며 “보험료 인상에도 불구하고 1분기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오히려 악화된 점을 고려하면 하반기 중 추가 인상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 반발과 당국 압박 등 여론 부담이 만만치 않은 만큼 여름철 재해 등 보험료 인상 요인이 축적되는 추이를 보고 인상을 본격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