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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명문대 입학 쉬운 곳으로” 무더기 ‘수능 전학’ 들통

입력
2019.05.19 15:00
수정
2019.05.19 18:57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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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대학입학시험(高考)을 100일 앞둔 지난 2월 말 고3 수험생들의 선전과 승리를 기원하며 진행된 매스게임의 한 장면. 중신망 캡처
중국의 대학입학시험(高考)을 100일 앞둔 지난 2월 말 고3 수험생들의 선전과 승리를 기원하며 진행된 매스게임의 한 장면. 중신망 캡처

중국의 대학입학시험(高考)을 한 달 앞둔 민감한 시기에 학부모와 수험생들이 술렁이고 있다. 학생 수십 명이 명문대 입학에 유리한 지역으로 주소를 옮겨 시험을 치르려다 적발됐기 때문이다. 개인의 일탈을 넘어 조직적으로 이뤄진 ‘수능 이민’ 범행은 과도한 입시경쟁이 빚어낸 중국의 착잡한 자화상이나 다름없다.

올해 두 번째로 치러진 지난 4월 고3 모의고사에서 중국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시 푸위안(富源)고등학교가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시 전체 학생 가운데 성적 순위 10위 안에 이 학교 학생이 무려 6명이나 포함된 것이다. 선전시의 전통 4대 명문고를 모두 합한 것보다 성적 우수자가 더 많았다. 평소 푸위안고가 이들 4개 학교에 비해 총점이 평균 100점이나 낮았던 점을 감안하면 납득할 수 없는 결과다.

이에 일부 학부모가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 교육청이 조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허베이(河北)성 헝수이(衡水)고 학생 32명이 광둥성에서 수능 지원자격을 얻기 위해 모의고사 직전 이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헝수이고는 매년 100여명의 학생이 베이징대와 칭화대에 합격하는 중국 최고의 명문고로 꼽힌다. 수도 베이징 인근의 허베이에서 중국 남부 광둥성까지 대장정에 나선 셈이다.

왜 이들은 이처럼 번거로운 짓을 벌이다 지탄을 자초한 것일까. 그건 중국 특유의 입시제도 때문이다. 전국 단위로 신입생을 뽑는 한국의 대학과 달리, 중국은 31개 성(省)마다 대학이 할당한 입학정원이 다르다. 도시보다 교육수준이 낮은 농촌지역과 소수민족을 배려하기 위해서다. 물론 대도시는 할당 정원이 더 많지만 수험생도 많다 보니 대입 경쟁률과 커트라인이 지방에 비해 높다. 심지어 이중 5개 성은 수능 문제를 자체 출제하기 때문에 입시 난이도마저 차이가 난다. 따라서 호적인 후커우(户口)를 성적이 떨어지는 지역으로 옮기면 아무래도 대학입학에 유리할 수 있다. 반대로 출신지의 호적을 유지하면서 도시의 명문고에 다니며 실력을 쌓다가 수능을 앞두고 다시 원래 고향으로 돌아와 시험을 치르기도 한다.

시 교육청은 12일 학생 32명에 대해 광둥성에서의 수능 지원자격을 박탈하고, 해당 학교는 고교 입학정원의 절반을 감축하도록 조치했다. 중국인들은 혀를 차면서도 “대입시험 이후에 적발된 것보다는 그래도 낫다”며 “수능이 코앞이지만 잘 수습하면 허베이로 돌아가 시험에 응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학생들을 동정했다.

이곳뿐만이 아니다. 앞서 7일에는 남서부 구이저우(贵州)성의 학생 3명이 지난해 대입에서 수능 이민을 통해 칭화대, 푸단대, 베이징외국어대에 입학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퇴학처분을 당했다. 자식에게 명문대 입학의 ‘지름길’을 터주려던 어른들의 삐뚤어진 이기심이 오히려 아이들의 미래를 망치고 있다. 중국 대입시험은 6월 7, 8일 치러진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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