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영제 도입 땐 대중교통 사각지대 줄고 버스기사 임금도 개선
광역버스 국가사무로 전환되면 지자체 아닌 국토부가 직접 관리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와 버스 노조간 갈등을 풀 대안으로 광역급행버스(일명 M-버스)와 일반광역버스(일명 빨간버스)의 준공영제 편입 카드를 내밀었다. 당장 급한 불은 끄는 분위기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 세금을 투입하는 ‘땜질 처방’이라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14일 “M-버스와 광역버스에 대해 준공영제를 조속히 추진하기로 했다”며 “어떤 방식으로 준공영제를 할 것인지는 연구용역을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준공영제란?
버스 운영체계는 크게 민영제, 공영제, 준공영제로 나뉜다. 이 가운데 준공영제는 민간운수업체가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적자 발생시 지자체 예산으로 보전해 버스 운영체계의 공익성을 강화하는 제도다. 서울이 2004년 7월 처음 도입한 이후 부산 인천 대전 대구 광주 제주 등 7개 지자체가 차례로 도입했다. 경기 지역은 지난해 4월부터 일반광역버스에 준공영제를 도입했는데, 34개 시군구 중 14개 시군의 15개 버스업체에서만 시행 중이다. 다만 시내버스에는 준공영제가 도입되지 않아 경기 지역 버스 1만2,000여대 중 준공영제 적용 버스는 589대에 그친다.
준공영제가 도입되면 수익을 따져 운행하지 않는 노선을 줄일 수 있고, 버스 기사의 처우 및 고용불안도 개선된다. 준공영제를 가장 먼저 도입한 서울은 버스기사의 평균 근로시간이 47.5시간, 월 평균 급여는 400만~420만원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짧은 근무시간과 높은 급여에 따른 손실을 서울시가 재정으로 보전하고 있다.
정부의 이번 결정으로, 수도권을 오가는 30여개 M-버스 노선(약 414대)에 우선적으로 준공영제가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 M-버스는 지금도 국토교통부 산하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가 관리ㆍ감독하고 있어 보다 빨리 추진할 수 있다. 국토부는 여기에 그간 지자체가 관리ㆍ감독했던 일반광역버스도 대광위 산하로 편입해 준공영제를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248개 노선(2,547대)의 일반광역버스는 단계적으로 국가 관리로 전환될 전망이다.
◇”결국 세금 투입 땜질 처방” 지적도
그러나 준공영제가 버스 파업의 문제점을 해결할 정답인지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특히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주 52시간 근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측면이 큰데, 재정을 동원해 땜질한 수준에 그쳤다고 지적한다.
실제 지자체의 재정 부담은 그간 준공영제의 최대 약점으로 꼽혀왔다. 서울시는 약 7,000여대 버스에 연간 2,500억원 이상 예산을 적자보전용으로 지원해 왔지만 적자가 쌓이면서 지난해에는 역대 최대인 5,402억원을 투입했다. 올해도 3,000억원의 예산이 들어갈 전망이다. 준공영제에 따라 2004년 이후 서울시가 버스회사에 준 지원금은 3조7,155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처음 일부 버스에 준공영제를 도입한 경기도 역시 320억원을 지원했다.
그 동안은 준공영제 운영에 지자체의 돈이 들어갔지만, 앞으로 M-버스와 광역버스가 국토부 관리 아래 들어와 준공영제가 적용되면 적자 보전에 정부 예산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현재 수도권에서 운행 중인 M-버스가 경기 지역 준공영제 적용 버스(589대)의 70% 수준(414대)임을 감안하면 단순 계산만으로 작년 경기도 지원금의 70% 수준인 220억원의 국가 예산이 적자보전에 들 거란 추산이 가능하다. 업계에서는 여기에 광역버스까지 더하면 수천억에서 조원 단위 예산이 투입될 거란 관측도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예산규모는 향후 연구용역 결과와 제도 설계 방향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예단하기 어렵다”면서도 “이는 공공성 확보와 국민 안전확보를 위해 꼭 필요한 비용으로, 정부와 지자체, 노사 및 국민 모두가 분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눈먼 돈 막을 장치부터 마련해야”
준공영제는 한 번 시작하면 되돌리기 어렵고 매년 재정을 투입해야 하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우려도 나온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각종 정책에 반발이 나올 때마다 세금으로 메운다면 재정건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미 준공영제를 시행중인 서울 버스업체에서 매년 적자보전 지원금이 ‘눈 먼 돈’처럼 유용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만큼 이를 막을 대비책부터 철저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높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근로시간이 문제가 된다면 버스 업종을 주52시간 근로제의 예외 등으로 해서 융통성을 갖춰야지 왜 국민세금을 넣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조규석 한국운수산업연구원 부원장은 “공공부문이 개입하면 지금보다 버스 기사의 근로 여건이 개선되고 이용자들도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내다봤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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