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다녀간 20년 만에 같은 길 걸어
하회마을, 농산물공판장, 봉정사 32㎞ ‘로열웨이’ 지정
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의 차남 앤드루 왕자가 14일 안동을 방문했다. 여왕의 안동 방문 20주년이 되는 해에 여왕이 다녔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하회마을과 안동농협 농산물공판장, 봉정사, 한국국학진흥원을 차례로 돌아봤다.
앤드루 왕자는 이날 오전 여왕 방문 때는 없었지만 안동에 새로 터를 잡은 경북도청을 먼저 들렀다.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장경식 도의회 의장, 김용삼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 사이먼스미스 주한영국대사가 왕자를 맞이했다. 도청직원과 도청 어린이집 아동들이 줄을 지어 환영했다.
앤드루 왕자는 도청 정원에서 소나무가 쟁반 같이 생긴 반송을 기념식수하고 청사 로비에 전시된 도자기류를 감상했다. 이철우 지사는 학이 그려진 백자 항아리를 선물로 건넸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1999년 우리나라 방문 때 ‘가장 한국적인 곳을 보고 싶다’는 뜻을 나타내 안동 하회마을과 봉정사가 방문지로 선정됐다. ‘영국신사’와 한국선비’의 만남이라는 의미가 부각됐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여왕과 왕자가 대를 이어 안동을 방문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경북의 역사문화가 대한민국 대표관광지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앤두르 왕자는 하회마을로 자리를 옮겨 충효당으로 향했다. 권영세 안동시장은 충효당 입구에서 앤드루 왕자를 마중했다. 충효당을 나온 뒤 왕자는 한참 동안 구상나무를 바라봤다. 구상나무는 20년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하회마을을 방문했을 때 식수한 것이다.
담암재에서는 “대영제국과 대한민국의 관계는 상당히 특별하다”며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메시지를 읽었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메시지에서 “1999년 한국을 방문해 다닌 곳 중 특히 하회마을에서 받았던 73세 생일상을 깊이 기억하고 있다”며 “안동시와 경북의 시민들이 행복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학록정사에서 오찬을 마치고는 하회별신굿탈놀이(중요무형문화재 69호)를 감상하고 귀촌종택에서 전통혼례 시연을 본 뒤 하회마을을 떠났다.
왕자는 농산물공판장에서 사과나무로 기념식수하고 “올해 이 나무에 사과가 열리면 영국으로 보내달라”고 말했다. 공판장 측은 자체 개발한 사과 ‘에이플’ 등을 선물로 전달했다.
왕자는 봉정사 극락전에 참배하고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했던 타종도 시연했다. 한국국학진흥원에서는 유교책판 등을 살펴보고 성학십도의 제1도인 태극권을 인출하는 등 일정을 마친 뒤 이날 오후4시30분 헬기를 이용해 돌아갔다. 앤드루 왕자는 “안동의 깊은 정을 느끼고 간다”고 말했다.
이용호기자 lyho@hankookilbo.com
류수현기자 suhyeonryu@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