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 전 연령의 남성들이 치마를 입고 거리에 모이고 있다고 영국 BBC 방송이 13일(현지시간) 전했다.
이는 동성 간의 혼인 합법화를 위한 특별법안의 의회 표결을 앞두고 성 고정관념을 깨고 이번 법안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행사의 일부다.
대만 입법원(의회)은 오는 17일 토의를 거쳐 24일 동성결혼 특별법안의 표결을 진행한다. 만일 법안이 통과되면 대만은 아시아에서 처음 동성결혼을 허용한 국가가 된다.
치마를 입은 남성들이 거리로 모이면서 이를 응원하는 한 페이스북 그룹은 쇄도하는 '인증샷'으로 '핫 플레이스'가 되기도 했다. 최근 대만국립대와 신타이베이의 반차오 고등학교에서는 남성들이 치마를 입고 활보하는 '특별한' 행사가 마련되기도 했다.
반차오 고등학교의 라이췬진 교장은 페이스북에 "우리는 성 고정관념을 깨기를 원하고 기질의 차이를 존중한다. 우리의 치마 입기 팀에 합류하라"며 행사 참여를 독려했다. 대만의 동성결혼 찬성론자들은 1990년대부터 동성결혼 허용을 요구해왔다. 특히 동성결혼 허용을 주장해온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2016년 5월 집권하면서 이러한 요구도 고조됐다.
이러한 가운데 대만 최고법원은 2017년 5월 동성결혼을 금지한 민법의 혼인 규정을 위헌으로 결정하고 2년 내 관련 법을 수정 또는 제정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대만은 지난해 11월 국민투표를 진행해 민법 외 다른 방식으로 동성 간의 공동생활을 보장해야 한다는 항목을 통과시켰고, 행정원은 지난 2월 동성결혼 특별법 제정안을 정부 입법으로 마련했다.
그러나 대만의 LGBT(성 소수자) 사회 내에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현지 매체인 '타이완 포커스'가 전했다. 입법원 논의 과정에서 행정원의 원안이 권리와 보호 수준 면에서 최소한으로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해 국민투표에서 투표자의 3분의 2가 이성 간 결합만을 결혼으로 인정한 현행 민법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답한 것도 이러한 우려를 더하고 있다.
동성결혼은 이를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던 차이잉원 총통에게도 풀어야 할 과제다. 차이 총통은 지난 주말 한 학교 행사에 참석해 "스코틀랜드 남자들도 치마를 입는데 왜 대만 남자는 할 수 없는가?"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를 지지하는 움직임은 옆 나라 중국으로도 이어졌지만, 일부는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나는 LGBT를 지지하지 않는다' 등의 글을 올리며 반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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