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검찰총장이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제시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보완책에 대해 미흡하다는 반응을 보여 향후 진행 과정에 난항이 예상된다. 문 총장은 14일 기자들에게 “(검찰 의견이) 받아들여진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전날 박 장관이 “검사들이 우려하는 부분들이 수사권 조정 법안에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제시한 보완책을 사실상 거부한 셈이다.
박 장관이 밝힌 4개 수정ㆍ보완 항목은 검찰 요구 내용이 상당 부분 반영돼 있다. 검찰의 수사지휘 폐지와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 부여에 따른 부작용 해소를 위해 경찰 송치 사건에 문제가 드러난 경우 검찰의 ‘직접 수사’를 허용토록 한 게 가장 눈에 띈다. 현재 수사권 조정 법안에는 검찰이 문제를 발견해도 검사는 경찰에 ‘보완 수사’만 요구할 수 있도록 한 것에 비하면 큰 변화다. 검사의 수사지휘와 관련해 ‘정당한 이유’가 있을 때만 경찰에 보완 수사를 요구토록 한 것에서 조건을 삭제하고, 경찰이 1차로 수사를 종결한 사건에 대해 당사자 요구가 아니더라도 검찰이 송치받을 수 있게 한 것도 수사지휘권을 일정 부분 인정한 셈이다.
박 장관이 보완책을 제시한 것은 문 총장이 지난 1일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법률안들이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고 한 비판이 일리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현재의 수사권 조정안으로는 경찰이 사건을 임의로 덮거나 정치적으로 악용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은 수긍할 만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2주년 대담에서 “검찰로서는 우려를 표현할 만한 것”이라고 평가한 것도 그런 연유다. 하지만 경찰권 비대화와 통제받지 않는 1차 수사권에 대한 우려 표명을 넘어 수사권 조정의 본질인 검찰권 분산까지 거부하는 것이라면 곤란하다.
검찰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막강한 권한을 보유해 왔고, 그 대부분을 권력을 위해 행사해온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기본권 확장과 민주주의 심화를 위해서는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을 분산시켜야 한다는 데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 있다. 검찰이 저간의 사정을 무시하고 오만하게 굴었다가는 조직이 더 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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