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창립 이후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일각에서 제기한 탈원전 정책 때문이 아니라, 미세먼지 문제로 노후 석탄발전소 가동을 줄인 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게 한전 측의 설명이다.
한전은 올해 1분기 6,299억원의 영업손실(연결기준)를 기록했다고 14일 밝혔다. 1분기 기준 역대 최악의 실적이자, 작년 1분기(-1,276억원)보다 적자 폭이 5,023억원 늘어난 수치다. 이전까지 1분기 최대 영업손실은 지난 2011년(-4,757억원)이었다. 1분기 매출액(16조2,484억원)도 작년 1분기보다 4,576억원 줄었다. 김갑순 한전 재무처장은 “지난 겨울 날씨가 그리 춥지 않아 전기판매수익이 전년 동기보다 2,803억원 줄어든 반면, 국제연료가격 상승으로 민간발전사에게 준 전력구입비가 6,664억원 늘어난 게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전력구입비가 급증한 건 미세먼지 때문이다. 정부가 석탄발전소의 출력을 80%로 제한하고 3월부터 노후 석탄발전소(보령 1ㆍ2호기, 삼천호 5ㆍ6호기) 가동을 중지하는 등 미세먼지 저감 정책을 시행하면서 지난 1분기 석탄발전량(58.0TWh)은 전년 동기(64.7TWh)보다 크게 하락했다. 대규모 계획예방정비 중이라 돌릴 수 없는 원전 대신, 민간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으로 부족한 전력량을 충당하면서 전력구입비가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 1분기톤당 76만7,000원이었던 발전용 LNG 가격은 올해 1분기 87만원까지 상승(13.4%)했다. 한전이 다른 발전사로부터 사오는 전력시장가격(SMP) 역시 같은 기간 16.1%(kWh당 94.7원→110원) 치솟았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ㆍ에너지전환 정책 때문이라는 일각의 주장과 달리, 원전 가동률은 오히려 증가했다. 주영준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원전 이용률은 한전 1분기 실적에서 오히려 적자 폭을 줄이는 효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원전의 계획예방정비가 하나 둘 끝나면서 원전 가동률은 지난해 1분기 54.9%에서 올해 1분기 75.8%까지 늘었다. 가동 원전 수도 지난해 1분기 평균 13기에서 올해 1∼2월 17기, 3월 20기로 증가했다.
김 처장은 “보수가 마무리 되는 원전이 순차적으로 재가동 되면 경영실적을 개선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 실장은 “전기요금 인상은 1분기 실적으로만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전기요금 인상을 검토하고 있진 않다”고 강조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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