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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왜 그에게 형법을 적용했을까?...통상 경범죄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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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왜 그에게 형법을 적용했을까?...통상 경범죄 처벌

입력
2019.05.14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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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 청와대 국민청원 거짓 글 올린 20대 검찰에 송치 

A씨가 올 2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도와주세요'라는 글을 올리자 열흘 만에 10만명 이상의 동의했다. 하지만 이 글은 거짓으로 드러나 삭제된 상태다. 경찰은 A씨를 검찰에 넘겼다.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A씨가 올 2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도와주세요'라는 글을 올리자 열흘 만에 10만명 이상의 동의했다. 하지만 이 글은 거짓으로 드러나 삭제된 상태다. 경찰은 A씨를 검찰에 넘겼다.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거짓 내용을 올린 20대가 검찰에 넘겨졌다.

상습이 아닌 단 한차례에 불과 글임에도 경찰이 A씨에게 경범죄가 아닌 형법을 적용, 검찰에 넘긴 것은 이례적 일이어서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1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거짓과 조작한 사진 등을 올린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및 명예훼손)로 A(28)씨를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4일 밝혔다.

A씨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린 것은 지난 2월 22일.

그는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어제 저녁 7시쯤 동생으로부터 ‘도와달라’는 문자가 왔는데 장난인 줄 알고 무시했다”며 “하지만 1시간 뒤 모르는 여자로부터 ‘현금 50만원을 들고 나오라’라는 문자와 함께 피범벅이 된 동생의 사진이 왔다”고 당시 상황을 적었다.

이어 “아는 누나가 돈을 빌려 달라고 했는데 동생이 빌려 주지 않자 경기 안산의 한 공원에서 남자애들을 불러 동생을 집단 폭행했다”며 “폭행 가담자 모두 19세”라고 했다.

특히 “가해자 가운데 몇 명은 변호사, 경찰, 판사 등인데 저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며 “폭행당한 곳은 창고쪽이라 폐쇄회로(CC)TV도 없고 사각지대여서 (폭행장면이) 찍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법으로 이겨 감옥에 보내고 싶다”며 “도와주세요. 제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제 불쌍한 동생을 도와주세요”라고 글을 맺었다.

A씨는 가해자 일부와 대화한 내용이 담긴 카카오톡 메신저 사진을 첨부했다. 메시지에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A씨의 말에 가해자 중 한 명이 “어차피 청소년법이야 ㅅㄱ(수고)”라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A씨가 올 2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도와주세요'라는 글을 올리자 열흘 만에 10만명 이상의 동의했다. 하지만 이 글은 거짓으로 드러나 삭제된 상태다. 경찰은 A씨를 검찰에 넘겼다.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A씨가 올 2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도와주세요'라는 글을 올리자 열흘 만에 10만명 이상의 동의했다. 하지만 이 글은 거짓으로 드러나 삭제된 상태다. 경찰은 A씨를 검찰에 넘겼다.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해당 글은 네티즌들로부터 공분을 샀다. 게시 된 지 열흘 만인 3월 4일 오전 6시 기준, 10만4,612명이 동의했다.

이에 경찰은 A씨의 신병을 확보,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마쳤다. A씨가 범행장소로 지목한 안산의 S공원을 수색하고 목격자 탐문, CCTV 영상 확보 및 분석 작업을 벌였다.

하지만 이렇다 할 단서를 찾지 못하던 경찰은 글의 내용이 거짓이라는 것과 첨부한 카톡 메시지 사진이 조작됐다는 사실을 확인, A씨를 재조사했다.

경찰조사결과 A씨가 올린 글은 물론 사진까지 실제 조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정 앱을 다운받아 카톡 가계정을 만들어 여려 명의 이름으로 글을 조작한 것이다.

해당 글은 거짓으로 판명 난 직후인 올 3월 초 자동 삭제됐다.

그는 왜 이 같은 거짓 글과 사진을 조작 했을까.

A씨는 경찰에서 “현행 소년법 폐지를 위해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청소년들의 범죄가 극성을 부리는데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이다 보니 폐지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글을 남겼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경찰은 A씨에 대해 이례적으로 경범죄가 아닌 형법을 적용했다.

경찰 관계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전 국민이 지켜보는 것으로 해당 들은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고, 10만 명이 넘는 이들이 속을 정도로 사회적 파장이 컸다”며 “경찰의 첫 조사에서도 거짓을 바로 잡지 않아 경찰인력 및 비용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이어 “거짓 내용을 만들고, 사진까지 조작했다는 것은 범죄 사실을 적극적으로 속이려고 하거나 허위 증거를 제출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봤다”며 “장난이나 단순 허위 신고를 넘어 경찰과 국민을 속이려는 행동으로 간주해 형법을 적용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다만 “불순의도가 아닌 최근 청소년의 범죄가 극에 달하는 반면 처벌규정은 솜방망이 수준에 불과해 이를 비판하기 위해 글을 올린 것으로 해석, 불구속 기소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앞으로도 긴급한 사안에 투입돼야 할 경찰력을 허위신고 등으로 낭비하게 만든 사례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할 방침이다.

경기남부경찰청 전경
경기남부경찰청 전경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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