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청소년들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며 도움을 호소하는 거짓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20대가 검찰에 넘겨졌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14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및 명예훼손 등 혐의로 20대인 A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A씨는 올해 2월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게시글에서 자신의 동생이 돈을 빌려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평소 알고 지내던 청소년 남녀 무리로부터 전날 경기도의 한 공원에서 집단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해자 가운데 몇 명은 아버지가 경찰, 변호사, 판사 등인데 자신은 부모가 없어 대응이 어렵고 폭행이 일어난 장소는 CCTV 사각지대여서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 또한 쉽지 않다며 도움을 호소했다.
A씨는 가해자 일부와 카카오톡 메신저로 대화를 나눴다며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의 메시지에 가해자가 "어차피 청소년법이야 ㅅㄱ(수고)"라고 답한 대화 내용을 첨부하기도 했다.
이 글을 본 네티즌들은 가해자들에 대한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글이 게시된 지 나흘 후인 같은 달 25일 네티즌 9만8천여명이 해당 청원에 동의했다.
이에 경찰이 사실 확인에 나섰고 글을 올린 이메일 계정의 주인인 A씨를 찾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경찰은 A씨가 올린 피해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휴일에도 일선 경찰서와 지방청 인력을 투입해 A씨가 언급한 범행 장소를 찾아가 CCTV 영상 등을 확인하는 등 수사를 벌였다.
그러나 조사 결과 A씨가 올린 청원 글은 가짜로 드러났다.
또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가계정을 생성한 뒤 직접 메시지를 입력하는 형식으로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조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가해자 계정 프로필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찾은 일반인 사진을 넣기도 했다. 이에 자신의 얼굴을 도용당한 당사자가 경찰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현행 소년법 폐지를 위해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청원 글이 거짓으로 밝혀짐에 따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시된 A씨의 글은 10만여명의 청원 동의를 얻은 상태에서 3월 초 삭제됐다.
경찰 관계자는 A씨에게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한 이유에 대해 "A씨가 직접 경찰에 거짓 신고를 한 것은 아니지만, 국민청원 게시판 특성상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담당 부서인 경찰이 답을 해야 하는 등 책임자는 경찰이기 때문에 112 허위신고와 동일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게시글에 적힌 피해 내용도 구체적이어서 일일이 확인을 해야 했고 첨부한 카카오톡 내용도 명백히 조작된 것이었다"며 "판례에서는 범죄 사실을 적극적으로 속이려고 하거나 허위 증거를 제출하려는 의도가 있으면 범죄 혐의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앞으로도 긴급한 사안에 투입돼야 할 경찰력을 허위신고 등으로 낭비하게 만든 사례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할 방침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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