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최근 B인터넷은행 직원을 사칭해 “회원가입을 하고 계좌를 만들면 상품권을 지급하겠다”며 고객을 모집했다. A씨는 이런 식으로 19명에게 계좌를 개설하게 하고 비밀번호 등 개인정보를 넘겨받았다. 그리고 나선 고객 계좌로 대출을 받아 모두 4억5,000만원을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계좌 개설이나 대출 신청이 모두 비대면 거래로 이뤄진 탓에 개인정보만 제대로 입력하면 실제 예금주인지 여부는 확인이 어려운 점을 악용한 사기 행각이었다.
금융기관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고도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는 ‘비대면 거래’가 보편화하면서 이를 악용한 신종 금융사고도 발생하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금융사고는 145건으로 2014년(237건)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금융권이 내부감사협의제를 도입해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등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인 결과다. 사고금액은 전년도와 비슷한 1,289억원 수준이었다. 이중 1억원 미만의 금융사고가 매년 발생하는 전체 사고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사고 유형별로 따지면 사고금액으로는 5년 연속 ‘사기’가 가장 많았고, 사고건수는 ‘횡령ㆍ유용’이 대다수였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등 비대면 거래 확대로 신종 금융사기가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콜옵션 매도를 풋옵션 매도로 착각해 주문하는 바람에 61억원의 손해를 본 사례가 있었고, 보험업계에서는 보험설계사가 계약자 동의 없이 납입보험료를 담보로 하는 대출을 받거나 만기환급금을 빼돌려 21억4,000만원을 챙긴 사건이 있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내부통제워크숍과 준법감시인 간담회를 통해 사고사례를 공유하는 등 유형별 맞춤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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