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옆자리 동료가 “저 수영 끊었어요.”라고 한다. 이 말을 들은 사람은 두 가지의 정반대 반응을 할 수 있다. “어머, 요즘 몸이 찌뿌둥하다더니, 운동하기로 결심했어요?”일 수도 있고, “왜요, 그 수영장 무슨 문제 있어요?”가 될 수도 있다. 어느 쪽이었을까?
모든 말과 글이 그렇지만, “수영 끊었어요.”라는 말을 해석하는 데에는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공유하고 있는 맥락이 가장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이미 수영장을 다니고 있는 사람이 불만 어린 말투로 하는 말인지, 운동은 멀리 하기만 하던 사람이 하는 말인지를 알면 저 말은 금세 어느 한 쪽으로 해석된다. 같은 말을 정반대의 뜻으로 쓰고 있는 재미있는 경우이다.
사전에서 ‘끊다’를 찾아보면, ‘하던 일을 하지 않거나 멈추게 하다/지속하지 않다’의 의미가 보인다. 그렇다면 수영장에 등록한다는 뜻은 어떻게 나오는 것일까? ‘끊다’에는 여러 가지 뜻이 있는데, 그 중 ‘표 따위를 사다/(사람이 표를) 돈을 내고 발급을 받다’라는 의미도 있다. 이 뜻을 바탕으로 하면 ‘수영장 이용권을 발급 받다’, 다시 말해 ‘수영장에 등록하다’는 의미를 연결시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여기에 대해서는, 종이 승차권을 쓰던 시절 표를 산 승객에게 종이 표를 잘라내어 주던 행위에서 나온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정확한 유래는 좀 더 찾아봐야 할지 몰라도, 우리말이 지금까지 쓰여 온 맥락 안에서 이러한 현상을 해석해 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이 글을 쓰면서 스스로도 ‘나도 운동 끊어야 되는데…….’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과연 나는 운동을 시작하겠다는 것일까, 운동을 좀 줄이겠다는 것일까. 어느 쪽이든 나의 건강을 위한 것이라는 말만을 남겨야겠다.
이유원 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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