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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기업인 취업제한 강화, 어느 쪽도 환영 안 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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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기업인 취업제한 강화, 어느 쪽도 환영 안 하는 이유는

입력
2019.05.15 04:4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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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오너가 횡령ㆍ배임을 저지르고도 경영권을 가지지 못하도록 유죄 판결을 받으면 임원 자격을 갖지 못하는 방향으로 시행령을 개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일 취임 2주년 대담 프로그램에 출연해 최근 공포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 시행령(이하 특경가법 시행령)에 대해 설명했다. 경제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이 그 범죄로 인해 손해를 본 회사에 일정기간 취업할 수 없도록 제한해 더 이상의 범죄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범죄를 저지른 경제인의 취업 제한이 확대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 제도를 바라보는 시선은 어느 쪽도 곱지 않다. 애초 이 제도의 취지를 지지했던 측에서는 재벌 총수 일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범죄에 얽힌 전문경영인의 재취업만 제한하는 반쪽 짜리라고 비판한다. 반면 재계 등에서는 기업의 정당한 경영활동을 위축시킬 악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손해 끼친 기업에도 취업 금지”

14일 법무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7일 이 같은 내용의 특경가법 개정 시행령을 공포했다.

애초 기업범죄 취업제한 제도는 5억원 이상 횡령ㆍ배임죄나 해외 도피 금액이 5억원 이상인 재산국외도피죄 등의 경제 범죄를 저질러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이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에 일정 기간 취업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공범이나 공범의 친인척(직계존ㆍ비속, 형제자매, 배우자)이 5% 이상 출자한 기업, 범죄 행위로 인해 이득을 얻은 기업 등이 취업 제한 대상이었다. 그런데 이번 시행령 개정을 통해 취업제한 대상 기업체 범위를 ‘경제 범죄로 인해 손해를 본 기업’까지 확대한 것이다.

그간 대기업 최대주주 일가가 사익을 추구하며 계열사에 손해를 입히는 경우가 많았지만 기존 시행령으로는 유죄 판결을 받아도 손해를 입힌 계열사에 복귀해 2차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범죄 피해를 입은 기업체에 추가 위험이 발생하는 것을 막는 통제장치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벌범죄 못 막아… 경영 위축” 모두 반발

하지만 개정된 시행령 아래서도 재벌 범죄를 막는 데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범죄 행위를 통해 직접적인 이익, 손해를 겪은 회사가 아닌 경우에는, 취업 제한대상이 ‘공범’이 지분을 보유한 회사로 한정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직접 지분을 보유한 대기업 최대주주 일가에는 적용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가령 대기업 최대주주가 단독 범행을 저질러 유죄판결을 받았어도, 이 사람이 자신이 지분을 보유한 회사에 복귀하는 것은 개정 시행령 아래서도 불법이 아니다. 결국 횡령ㆍ배임 등 범죄행위의 조력자인 전문경영인에게만 엄격한 취업제한이 이뤄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제기했던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범죄자 본인이 아니라 공범을 중심으로 제도가 설계돼 있다는 근본적 문제가 남아 있다”며 “개정 시행령은 가장 쉬운 부분만 임시로 조치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반면 개정 시행령이 재계와 보수진영은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까지 위축시킬 것이라 반발하고 있다. 이미 징역, 집행유예 등으로 죗값을 치른 상황에서 추가로 불이익을 주는 것은 이중 처벌이 되고, 기업의 경영상 판단 문제로 발생할 수 있는 배임죄까지 일괄적으로 제재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주장이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기업 정관에 반영하고 주주가 판단하도록 해야 할 문제를 공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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