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은 13일(현지시간) 중동의 걸프지역에서 무력충돌이 우연히 발생할 수 있음을 경고하면서 미국에 대해 이란 핵 합의와 관련한 긴장 고조 행위 자제를 촉구했다. 대(對)이란 압박 작전에 대한 협조를 구하려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면전에서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날 당초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하려던 일정을 취소하고 EU 외교장관회의가 열리는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 이란 핵 합의에 서명한 EU 회원국인 영국ㆍ프랑스ㆍ독일의 외교장관들을 만났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러나 이들로부터 미국의 대이란 정책에 대한 공개 비판을 들어야 했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교장관은 “독일 정부는 여전히 이란이 미래에 핵무기를 갖지 않도록 하는 토대로서 이란 핵 합의를 간주하고 있고 이는 우리 안보에 필수적인 것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그는 폼페이오 장관과의 단독 회동에서도 “우리는 걸프 지역에서의 긴장 고조를 우려하고 있으며 군사적인 문제로 비화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제러미 헌트 영국 외교장관은 ‘긴장 완화를 위한 휴지기’를 요구했다. 그는 “양측에서 의도하지 않은 긴장이 조성돼 우연히 무력충돌이 발생할 위험성을 매우 우려한다”면서 “이란이 핵무기 보유국이 되면 이웃 나라들도 핵무기 보유국이 되려고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란이 핵무기 재개발의 길로 돌아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교장관도 이란에 대한 미국의 제재 강화 움직임에 대해 “우리(EU)에게는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EU의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ㆍ안보 고위대표는 “우리는 이란과의 핵 합의와 이것의 완전한 이행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면서 “걸프 지역에서 긴장 고조를 피하고 견해차를 좁히는 유일하고 가장 좋은 방법은 대화”라고 말했다.
지난주 이란 정부는 미국이 이란 핵 합의에서 일방 탈퇴한 지 1주년을 맞아 2015년 국제사회와 이란이 체결한 합의 일부 내용의 이행 중단을 선언했다. 미국은 걸프 지역에 항공모함과 B-52 폭격기를 배치한 데 이어 수륙양용 공격함과 패트리엇 미사일을 파견함으로써 외교갈등뿐만 아니라 군사적 긴장도 높아지고 있다.
양정대 기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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