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29.03포인트 하락한 2,079.01로 장을 마감한 13일 오후 서울 중구 KEB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원ㆍ달러 환율이 달러당 1,200원선을 향해 치닫고 있다. 한 달 전만 해도 1,130~1,140원대에 머물던 환율은 13일 2년 4개월 만에 1,180원대까지 돌파했다. 가파른 원화 약세(환율 상승) 현상의 원인을 강달러 기조나 외국인 투자자 배당 등 일시적 요인에서 찾는 시각도 없지 않지만, 한편에선 성장률 저하와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탓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리 경제가 시장 신뢰를 얻을 만한 반등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원화 약세가 자칫 국내 유입자금 대량 이탈의 방아쇠(트리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다섯 번의 ‘10원 급등’ 요인은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1,177.0원)보다 10.5원 오른 1,187.5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종가 기준 1,180원을 넘은 것은 2017년 1월16일(1,182.1원) 이후 2년 4개월만이다.

이날 환율은 1,180.0원에서 출발해 오전 한때 주춤했다가 장 내내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장 마감 직전에는 2017년 1월11일(1,202.0원) 이래 장중 최고치인 1,188.0원까지 오르며 지난 10일의 연고점(1,182.9월)마저 갈아치웠다.

작년 6월부터 장기간 1,100원대 전반에서 안정된 흐름을 이어왔던 환율은 지난달 하순부터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의 원화 약세는 다른 통화와 비교해도 두드러진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1일~5월8일 중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2.9% 떨어졌다. 이는 유로화(-0.2%), 일본 엔화(+0.6%) 등 선진국은 물론, 중국(-1.0%), 인도(-0.6%), 인도네시아(-0.6%) 등 주요 신흥국 통화보다도 낙폭이 크다.

시장에선 최근 ‘전일 대비 10원 가량’의 환율 급등이 다섯 차례(4월24~25ㆍ30일, 5월9ㆍ13일)나 된 점에 주목한다. 이달 13일(+10.5원)과 9일(+10.4원)은 미중 무역분쟁 격화에서 초래됐다.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 2,000억달러어치에 관세율을 상향조정(10→25%)하고 중국이 위안화 절하 맞대응에 나서면서 두 나라를 양대 수출국으로 둔 한국 경제에 우려가 커졌다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13일 환율 급등은 전적으로 위안ㆍ달러 환율 급등(위안화 가치 하락) 때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며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도 지정학적 리스크를 키우며 환율 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30일(+9.7원)의 환율 급등 역시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부진에서 비롯했다는 분석이다.

환율 급등의 서막이 된 지난달 24일(+9.1원)과 25일(+9.6원)은 1분기 성장률(전기대비 -0.3%) 발표일(25일)과 겹쳤다. 반도체 수출 부진에서 불거진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감이 마이너스 성장으로 확인되면서 원화(자산)에 대한 신뢰감이 급격히 꺾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는 “성장률이 역전되고 특히 수출 지표가 안 좋아지면서 원화 고유의 가치가 약세로 돌아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4월 이후 원 달러 환율 추이_신동준 기자
 ◇외국인 자금이탈 우려도 고조 

시장에선 우리 경제를 둘러싼 악재가 최근 환율 급등 과정에 얼마간 선반영됐다고 보면서도 환율의 추가 상승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반도체 경기, 미중 무역분쟁 등 주요 이슈의 진행 양상에 여전히 불확실성이 큰 탓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경제 펀더멘털 회복이 가장 중요한데, 무역수지가 여전히 줄어드는 상황이라 원화 약세가 더 진행될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안동현 교수는 “반도체 수출이 얼마나 빠르게 회복하느냐가 향후 환율 흐름의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고환율이 수출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지만 자동차, 휴대폰 등 국내 주력 수출품목 상당수가 이미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긴 터라 환율 상승이 수출 단가를 낮춰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는 크지 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환율의 추가 앙등 우려가 가시지 않으면서 국내 투자자금 이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원화 가치 하락으로 원화 표시 자산 수익률이 떨어질 것을 염려해 국내 주식, 채권 등을 처분하고, 이로 인한 달러화 수요 증가로 환율 상승 속도가 더욱 가팔라지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투자 결정엔 환율 외에도 다양한 요인이 고려된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실제 국내 증시엔 3월에 이어 4월에도 외국인 자금이 순유입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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