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 생산기지 대거 이전… 삼성전자 스마트폰 절반은 ‘메이드 인 베트남’
한국 기업의 베트남 진출은 최근 들어 가속도가 붙고 있다. 법인세 혜택 등 베트남 정부가 내미는 당근이 워낙 달콤한 데다 값싼 인건비 등이 더해지면서 투자처로서 상당한 매력을 가졌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1995년 LG화학을 시작으로 국내 대기업들의 베트남 진출 행렬이 이어졌다. 2000년대 들어 두산중공업 포스코 효성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베트남에 진출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2008년 설립한 하노이 인근 박닌성 옌퐁 공단과 2013년 세운 타인응유옌성 옌빈 공단 내 공장에서 연간 2억대 정도의 스마트폰을 생산하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 전세계 스마트폰 생산량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이며, 연 500억달러에 달하는 수출액은 베트남 전체 수출액의 4분의 1에 해당할 정도다.
2007년 현지법인을 설립한 효성도 베트남에서 자리를 잡았다. 2015년 4월 동나이법인을 추가로 설립해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 생산설비를 증설했는데, 두 법인은 지난해에만 19억6,700만 달러의 매출액을 올렸다. 포스코 역시 2009년 호치민 인근 붕따우성에 연간 생산량 120만톤 규모의 동남아 최대 냉연공장을 준공해 운영하고 있다.
한국 기업의 베트남 진출은 최근 들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25일 LG전자는 경기 평택 스마트폰 생산 라인을 모두 베트남 하이퐁으로 옮긴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이미 흥이옌(1995년 설립)과 하이퐁(2015년 설립)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올해 하반기 평택 생산라인이 더해지면 베트남 현지에서의 스마트폰 생산 규모는 연간 600만대에서 1,100만대로 수직 상승하게 된다.
SK그룹와 현대자동차도 합류했다. SK는 지난해 베트남에 5,000억원대 투자를 한 데 이어 올해도 1조2,000억원을 추가 투자하기로 결정했으며, 현대차는 지난 1월 베트남 탄콩 그룹과 판매 합작 법인을 설립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체결해 베트남 자동차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 기업의 베트남 진출에는 세제 혜택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베트남에 투자한 외국 기업은 첫 4년 동안 법인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이후 9년은 5%, 마지막 2년은 10%를 낸 뒤 설립 16년 이후가 되면 정상 법인세(20%)를 내면 된다. 값싼 인건비도 또 다른 이유다. 현대경제연구원이 12일 펴낸 ‘한국의 해외직접투자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기준 베트남 호찌민의 월평균 최저임금은 172.8달러로 중국 상하이(365.6달러)의 절반도 안 됐다.
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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