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용 지프차를 타고 (광주 서구) 월산동로터리에서 백운동으로 이동하던 중 두차례 헬기 공격을 받았다. 총구가 밖으로 나와 총이 불을 뿜는 장면을 봤다. 가로수 잎이 다 떨어지고 그랬다.”
13일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진행된 전두환(88) 전 대통령의 사자(死者)명예훼손 사건 2차 공판에서 5ㆍ18 민주화운동 당시 승려로 활동하다가 독재 반대 시위에 동참했던 이광영씨가 증인으로 출석해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이씨는 1980년 5월 21일 오후 2시를 전후해 군용 지프를 타고 광주 남구 월산동 로터리 인근을 지나다가 헬기 사격 공격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이씨는 “헬기 소리가 크게 났다. 따따따따. 지나가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위에서 총소리가 났다. 우리를 향해 쏘고 있었다. 피할 겨를이 없었다. 운전기사가 지그재그로 운전하면서 피했다. (가로수) 잎이 우수수 떨어진 것은 분명 헬기 사격이 맞다. 헬기 좌측에서 쐈다. 두 번째 공격을 받을 때 헬기에서 쏘는 불꽃과 총구까지 확인했다”고 말했다. 군 복무 시절 소총과 자동소총, 기관총 등을 다뤄봤다는 그는 “50~100m 상공에서 총을 쏴 총기를 보지는 못했지만 제가 경험했던 기관총 소리와 비슷했다”며 “차 안에 있던 사람들은 피해를 당하지 않았지만 인도에 여고생으로 보이는 한 명이 총상을 입고 쓰러져 있었다. 피를 많이 흘려 가장 가까운 적십자병원으로 이송했다”고 당시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이씨 외에도 5ㆍ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진술한 시민 4명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아놀드 피터슨 목사의 자택에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진술한 해군 제3 해역사령부 소속 군의관(대위) 김모씨, 남편을 찾아 천변을 다니다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진술한 정선덕씨, 광주에 출동한 502 항공중대에서 근무한 적이 있으며 헬기 사격을 목격한 최형국씨, 옛 광주지방노동청 앞에서 헬기에서 쏜 총에 맞았다고 진술한 남현애씨도 법정에 증인으로 나섰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