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황교안 작심 비판…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취임 “어깨 무겁다”
정치권이 지지층을 띄우며 총선체제를 앞당기면서 더불어민주당에서 주요 역할을 담당할 친문(親文) 핵심인사들의 움직임도 빨라지는 모습이다. 한동안 정치권과 거리를 뒀던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양정철 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공교롭게 13일 각각 공개메시지를 발신해 이목이 쏠렸다. 최근 청와대를 나와 여당으로 돌아온 임 전 실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1야당 대표를 겨냥한 작심 비판을, 양 전 비서관은 민주당의 싱크탱크 책임자로 컴백해 포부를 밝혔다. 정치권에선 두 사람이 긴 침묵을 깨고 사실상 총선행보의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내년 총선 출마가 유력시 되는 임 전 실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에 대한 작심 비판글을 올려 주목을 받았다. 두 사람 모두 내년 총선에서 ‘정치 1번지’인 종로에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맞대결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임 전 실장은 페이스북 글에서 “황교안 대표 덕분에 뜬금없이 옛날 생각이 난다”면서 학생운동 시절 일화를 소개, 공안검사 출신인 황대표를 직접 겨냥했다. 그는 “1989년, 평양축전에 임수경을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대표로 보낸 것은 조선학생위원회 명의로 초청장이 왔기 때문”이라며 “그 초청장을 북한 적십자사를 통해 남한 적십자사로 보내고, 남한 적십자사는 통일원(지금의 통일부)에 전달, 통일원에서 전대협에 (초청장을) 수령해가라고 연락을 해서 받아오게 된다”고 소개했다. 이어 “제가 기소될 때, 죄목 중에 지령수수가 있었는데 초청장 형식을 빌은 지령수수였다”면서 “지금 생각하면 참 어이가 없습니다만 당시 공안검사들이 그런 일을 서슴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닥치는대로 잡아 가두고 고문하고 간첩을 조작했던 일들을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람들은 대체 어느 별에 사는 사람들일까"라고 반문했다.
앞서 황 대표 역시 부산을 찾아 임 전 실장의 이름을 거론하며 “지금 좌파는 돈을 벌어본 적이 없다. 임종석 씨가 무슨 돈을 벌어본 사람이냐”며 “정상적으로 일해 정상적으로 돈 번 사람들이 거의 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전해철 민주당 의원과 함께 ‘3철’로 불리는 양 전 비서관도 이날 신임 민주연구원장으로 정치일선에 복귀하며 메시지를 내놓았다. 2017년 대선 이후 모든 공직을 맡지 않겠다며 잠행을 해왔던 양 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민주연구원에서 열린 김민석 전 원장 이임식에 참석하면서 기자들을 만나 “2년 전 대선에서 승리하고 곧바로 당사에서 짐을 싸서 며칠 있다가 출국했으니 딱 2년 만에 당에 돌아오는 것”이라며 “그때와 상황이 많이 바뀌기도 하고 책임도 무겁고 해서 어깨가 무겁다”고 복귀 소감을 밝혔다.
그간 정치권에서는 두 번의 대선을 겪으며 선거전략에 전문성을 인정받은 양 전 비서관이 여당의 싱크탱크 수장을 맡은 데 대해 총선 과정에서 전략기획과 당정청 간 정무적 소통 같은 핵심역할을 주도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이날 양 전 비서관은 총선전략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민주연구원을 ‘총선병참기지’로 명명하며 자신에게 부여된 역할론을 공식화 했다. 그는 “총선에서 정책과 인재로 승부를 내야 한다고 본다”면서 “민주연구원이 총선을 앞둔 비상한 상황이니 총선 승리의 일종의 병참기지로 역할을 해서 좋은 정책과 인재가 차고 넘치는 당으로 만들고자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양 전 비서관은 별도의 취임식을 하지 않고 14일부터 곧바로 업무에 들어갈 예정이다. 취임 후 당분간은 업무보고 및 부서별 직원 간담회 등 내부 업무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손효숙기자 shs@hankookilbo.com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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