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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이슈] 판교 근로자 72.5% “52시간제 잘 지켜지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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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이슈] 판교 근로자 72.5% “52시간제 잘 지켜지고 있지만…”

입력
2019.05.18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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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80명 인터뷰∙설문 결과

6%는 “최장 70시간 이상 근무 경험”

“’크런치 모드’ 관행 여전해 불만”

74% “적절한 보수 줘도 야근 안 해”

“유예기간 둔 만큼 제도 정착돼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노동자들의 기본권 보장과 삶의 균형을 위한 근로기준법(최대 근로시간 주 52시간)이 처벌유예기간을 마치고 4월 1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고용노동부 권고에 따라 직원수 300명 이상 회사는 지난 4월 1일부터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됐으며, 직원수 50~299명 회사는 내년 1월 1일, 5~49명 회사는 2021년 7월 1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하지만 영세한 업체들이나 예외를 적용 받는 업체 직원들은 관행을 이유로 여전히 과로에 고통 받고 있다. 철야 노동이 많기로 유명한 IT 분야가 대표적이다.

판교웹진은 IT업체들이 몰려 있는 판교테크노밸리 입주 업체들의 주 52시간 근무제 준수 현황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판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장인 80명을 대상으로 인터뷰 및 설문을 실시했다.

설문조사 결과 80명의 응답자 중 72.5%인 58명이 ‘주 52시간 근무제가 잘 지켜지고 있다’고 답했다. IT업계에 근무하는 김주영(가명·30)씨는 “편법을 이용해 근무시간을 강제하는 경우 없이 근무시간이 지켜지는 선에서 일하고 있다”고 답했다. 

‘지켜지지 않는다’고 답한 27.5%(22명)의 응답자는 주로 마케팅, 게임, IT 업계에 종사하고 있었다. 주당 근로시간이 70시간 이상인 근로자는 5명, 60~69시간인 근로자는 7명, 53~59시간인 근로자는 10명이었다.

이들은 52시간 근로제가 잘 지켜지지 않는 이유로 업계 관행을 들었다. 다른 이유로는 비효율적인 업무배분, 근무시간 외 업무지시 등을 들었다. 

마케팅 업종에 근무하는 박정민(가명∙29)씨는 “최장 주 70시간 이상 근무해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게임 개발자 김성민(가명∙27)씨가 다니는 회사는 평상시 주 52시간 근무제가 비교적 잘 지켜지고 있다. 김 씨는 52시간 근무제에 대해 “선택적 근로시간제가 도입된 이후로 주말과 법정 휴일 근무, 오후 10시 이후 야간 근무는 원칙적으로 금지됐다”며 “평상시 근무시간은 주 50~52시간 정도”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게임 출시를 앞둔 일정 기간 동안은 개발팀 등에서는 야근과 특근을 지속하는 고강도 작업이 지속된다”며 회사 업계 관행 중 하나인 일명 ‘크런치 모드’에 대해 설명했다. 크런치 모드(Crunch mode)란 마감을 앞둔 게임 및 소프트웨어 개발 업계가 출시 전 실시하는 집중 근무 형태다. 김 씨가 다니는 게임업계처럼 개발 주기가 짧은 회사의 경우 이러한 크런치 모드가 무분별하게 사용돼 직장인들은 야근을 강요당하기 일쑤라는 것이다. 실제로 2016년 게임업계 개발직 직원들의 잇따른 돌연사 등은 게임업계의 과로 관행의 심각함을 여실히 드러냈다. 

‘적절한 보수를 준다면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는 74%(59명)의 응답자가 ‘초과 근무하지 않겠다’고 답해 ‘초과 근무하겠다’(21명)를 크게 앞섰다. 적절한 보상이 따르더라도 상당수는 야근 없는 삶을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게임업계 직원인 윤가람(가명∙8)씨는 “돈을 더 안 받아도 좋으니 적정 근로시간만 지켰으면 좋겠다”면서 “게임업계 특성상 점검, 업데이트 등 야근이 필요한 부분이 많은 데 이건 포괄임금제가 폐지되면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반면 광고 업체에서 근무하는 손 모(26)씨는 "52시간 초과분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주어진다면 탄력적인 근무 환경을 이해하고 일할 의지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됨에 따라 인력 및 영업 비용 증가 등의 현실적인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처럼 대형 게임사들이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고 나서는 것은 좋은 현상이지만 실제로 신규 직원을 채용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중소 업체들에게까지 적용되기란 쉽지 않은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모(33)씨는 “그 동안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근로자들의 노동력을 이용했다면, 이제는 이 제도 정착에 다 함께 힘을 합해야 할 것”이라면서 “유예기간도 준 만큼 비용이 문제라면 스마트 근로환경 도입 등의 방식으로 생산성을 높여 해결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안서진(단국대) 인턴기자 pangy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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