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이 13일 기업 동일인(총수)으로 조원태 회장을 적시한 자료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했다. 한진그룹 총수가 조 회장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다만 그룹의 동일인 지정 과정에서 조원태ㆍ현아ㆍ현민 삼 남매 간 경영권 분쟁 조짐이 나타난 점을 고려할 때 조양호 전 회장의 지분 승계가 매끄럽게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언제든 갈등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정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이날 오후 조 회장을 그룹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자료를 제출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서류 검토를 거쳐 15일 예정대로 한진그룹을 포함한 대기업집단 및 동일인 지정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룹의 동일인 지정 문제는 일단락 됐지만, 삼 남매 간 그룹 경영권에 대한 의견 일치는 이루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진그룹이 이날 조 회장을 그룹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었던 것은 공정위의 압박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가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율과 그룹 임원 인사에 대한 영향력 등을 고려했을 때 조 회장을 동일인으로 직권 지정하는 게 옳다고 판단했고, 이를 그룹 측에 알려 조 회장으로 총수를 지정해 자료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한진 측은 여전히 내부적으로 동일인을 누구로 지정할지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었다”며 “계속 버티다가 겨우 조 회장으로 지정해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최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호텔업 분야 계열사 칼호텔네트워크에 관심을 갖는 등 자매들은 그룹 경영 참여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매가 그룹 경영 전부를 조 회장에게 전적으로 맡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재계 관계자는 “자매가 조 회장에게 조양호 전 회장의 상속 지분을 몰아주지 않는 한 조 회장의 안정적인 경영은 어렵다”며 “향후 어떤 식으로든 삼 남매 간 경영권 분쟁이 수면 위로 표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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