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오르고 관세폭탄 등 영향… 시장 개방ㆍ투자자 보호로 돌파구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격화되면서 과거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던 중국의 제조업은 갈수록 힘이 빠지고 있다. 동남아와 비교해 이미 저임금의 우위를 상실한데다 미국의 관세 폭탄과 협상 결과에 따른 위험요인까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은 시장 개방과 투자 보호를 통해 외국자본을 유치하는 한편, 산업구조 고도화로 돌파구를 모색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근 중국 전역에서는 외국 자본의 탈출이 가속화하고 있다. 외자로 운영되던 25개 이상의 대형 공장과 연구개발(R&D)센터가 최근 5년간 문을 닫거나 해외로 이전했다. 니콘, 세이코엡손 등 일본 업체가 9개로 가장 많다. 미국은 소규모 업체까지 포함해 200곳 가량이 중국을 떠났다. 미 소프트웨어회사 오라클은 22일까지 베이징 근무 연구개발(R&D) 인력의 60%에 달하는 직원 900명을 해고할 예정이어서 “무역협상 결렬의 직격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를 바라보는 중국 중앙정부의 시선은 복합적이다. 자국 기업이 경쟁력을 높인 결과 해외업체들이 밖으로 떠밀렸다는 자부심과 함께, 노동집약적 굴뚝산업으로는 더 이상 동남아 국가들과 경쟁할 수 없다는 강렬한 위기의식이 묻어난다.
이에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지난해 4월 보아오포럼에서 “중국 개방의 대문을 활짝 열겠다”고 중대조치를 선언했다. 시장 개방을 통해 산업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서다. 두 달 뒤인 6월 중국은 외국인 투자정책의 방향을 180도 틀었다. 정해진 것만 허용하던 ‘적극 제한(포지티브)’ 방식에서 벗어나, 금지한 것 외에 모두 허용하는 ‘소극 제한(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꿨다. 23년만에 ‘게임의 룰’을 바꾼 것이다.
또 투자를 보호하기 위해 지난 3월 외상투자법을 통과시켰다. 강제기술이전을 금지하고 지식재산권과 투자자의 권익을 보호해 경영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골자다. 무역전쟁이 한창인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떠밀리듯 나선 측면도 있지만, 법을 새로 만들 때 먼저 외국기업들의 의견을 수렴한다는 내용을 처음으로 담은 점은 파격적이다.
그 결과 중국 상무부는 지난달 29일 “올해 1분기 중국으로 유입된 해외 투자규모가 전년 동기대비 6.5%, 제조업은 12.3% 늘었다”고 밝혔다. 수치를 곧이 믿을 수는 없지만, 어쨌든 공장은 빠져나가도 돈은 들어온다는 얘기다.
그러나 해외 업체 철수로 당장 대규모 일자리를 잃게 된 지방에서는 볼멘소리가 무성하다. 고용과 성장률의 직격탄을 맞을 뿐만 아니라 지역별 평가에서도 낙제점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13일 “외자 기업이 문닫으면 중앙에서는 도태나 퇴출로 보지만 지방에서는 끙끙 앓는 소리가 터져 나온다”고 말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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