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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년의 국민 프로 ‘개콘’ 1000회 맞이 한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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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년의 국민 프로 ‘개콘’ 1000회 맞이 한다지만…

입력
2019.05.13 17:19
수정
2019.05.13 21:31
21면
0 0

시청률 5, 6%대… “가시적 성과 없고 해결 방안 뚜렷하지 않아” 고민

KBS2 '개그콘서트'의 1,000회 방송(19일)을 앞두고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동 KBS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형근(왼쪽부터) PD와 개그맨 유민상, 신봉선, 김미화, 강유미, 전유성, 김대희, 송중근, 박영진, 정명훈, 원종재 PD가 손가락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KBS 제공
KBS2 '개그콘서트'의 1,000회 방송(19일)을 앞두고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동 KBS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형근(왼쪽부터) PD와 개그맨 유민상, 신봉선, 김미화, 강유미, 전유성, 김대희, 송중근, 박영진, 정명훈, 원종재 PD가 손가락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KBS 제공

“시청자가 재미없다고 하면 (프로그램이) 없어져야죠.”(전유성)

잔치를 위해 모였는데 분위기는 내내 숙연했다.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동 KBS에서 열린 KBS2 ‘개그콘서트(개콘)’ 1,000회 기념 기자간담회는 자축보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강한 자리였다. 한 때 국민 프로그램이라는 수식이 붙을 정도로 인기를 모았으나 한자릿수 시청률로 추락한 ‘개콘’의 현실이 반영됐다.

‘개콘’은 1999년 첫 방송을 시작했다. 개그맨들이 관객 앞에서 공연하는 공개코미디 포맷으로 인기를 모으며 2000년대 시청률 20%대를 기록했다. 경쟁 지상파 방송사인 MBC와 SBS가 ‘개콘’을 모델로 삼은 개그프로그램을 잇달아 선보여 ‘개그맨 전성시대’가 열리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지상파 3사 개그프로그램은 ‘개콘’이 유일하다. ‘개콘’도 위기에 처해 있다. 2010년대 시청률이 10%대로 주저앉더니 최근에는 5, 6%대를 기록하고 있다. 20년 장수프로그램이지만 ‘웃음 실종’에 대한 고민도 세월만큼 깊어졌다.

‘개콘’의 개국공신으로 꼽히는 전유성부터 쓴소리를 냈다. 그는 “‘개그콘서트’는 대학로 무대에서 검증이 끝난 코너를 TV에 선보이며 성공한 프로그램”이라며 “시간이 지나며 검증 없이 코너가 방송에 나오면서 나태하고 식상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제작진과 출연 개그맨 모두 ‘개콘’의 위기를 공감했다. 시청률 추락 원인으로 각양각색의 진단이 나왔으나, 모두 표현의 제약을 첫 손에 꼽았다. 신봉선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개그 아이디어를 지상파 방송에 잘 녹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며 “불과 10년 전에 재미있고 인기가 있었던 코너를 지금은 무대에 올리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개콘’의 원종재 PD는 “사회가 변하면서 예전 코미디 소재를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못생긴 사람을 못생겼다 하지 못하는 상황이니, 최근 개그맨을 뽑을 때 외모가 별 장점이 되지 않는다”고 우스개 섞인 설명을 했다.

‘개콘’의 코미디 방식이 시대에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오히려 예전이 더 재미있었다는 신랄한 평가도 있다. 2017년 900회 특집 당시에는 과거 많은 사랑을 받았던 ‘대화가 필요해’를 리메이크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1,000회에서도 과거 인기 있던 코너가 일부 방송될 예정이다. 원 PD는 “우리도 과거에 프로그램이 멈춰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가시적인 성과가 잘 보이지 않아 답답하고 힘들다”고 말했다. 김미화는 “20년이 흐르면서 공개코미디 방식이 식상할 수 있다”며 “신인들이 고민하고 노력한다면 앞으로도 사랑을 받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뾰족한 해법이 없는 게 더 답답한 실정이다. 이날 제작진과 개그맨 모두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는 말만 반복했다. 원 PD는 “해결책으로 떠오르는 것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며 “개그맨들의 저력을 믿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형근 PD는 “20년간 웃기는 방법에 대해서만 고민했지, 어떠한 웃음을 줘야 할지는 고민하지 않은 것 같다”며 “지금 대중이 원하는 웃음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겠다”고 밝혔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짜인 틀 안에서 코미디를 하는 ‘개콘’ 방식은 유튜브 시대에선 더 이상 대중적이지 않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며 “KBS에 있는 수많은 개그맨을 살릴 수 있는 다른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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