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활동으로 많은 생명들이 전에 없는 멸종의 위기를 맞고 있다. 동물과 식물의 25%가 그런 위협에 놓여 있다. 이미 100만종이 멸종했으며 생물다양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지난 1,000만년 평균보다 최대 수백 배의 속도로 전지구적 규모에서 멸종이 가속될 것이다.” 지난 6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7차 생명다양성과학기구(IPBES) 총회에서 채택된 보고서는 800만종에 이르는 전체 동식물 중 “양서류의 40% 이상, 산호와 상어류의 33%, 해양포유류의 33% 이상이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
□유엔 3대 환경 협약 중 하나인 생물다양성협약의 과학적 근거를 제공하는 정부 간 협의체인 IPBES가 종합적인 관련 평가 보고서를 내놓은 것은 출범 7년 만에 처음이다. 생물다양성 위기가 새삼 제기된 건 물론 아니다. 190여개국이 가입한 유엔 생물다양성협약이 이미 1992년 채택돼 2년마다 당사국 총회를 열고 있다. 2002년 네덜란드 헤이그 회의에서는 2010년까지 “생물다양성 손실 속도를 현저하게 감소시키자”는 목표를 정했고, 2010년 일본 나고야회의에서는 이를 발전시켜 2020년까지 행동 목표를 설정한 ‘아이치 목표’를 만들었다.
□하지만 헤이그 목표는 생물다양성의 현상 파악도 전제하지 않은 선언적인 것이었고, 한 걸음 나아갔다고는 해도 아이치 목표 역시 성과 없기는 마찬가지다. IPBES 보고서는 달성 시한을 1년여 앞둔 아이치 목표에 대해 “육지와 해상 보호구역 설정 등의 성공적인 정책 대응”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목표가 미달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목표만 세워놓고 20년 가까이 허송세월한 가입국들이 다시 2020년 이후를 논의 중이라고 하니 헛웃음마저 나온다.
□“마을에 묘한 정적이 감돌았다. 새들은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많은 사람이 갸우뚱거리고 불안해하며 사라진 새들을 이야기했다. 뒷마당의 새 모이를 놓아둔 자리도 텅 비어 있었다. 가끔 눈에 띄는 새는 죽기 직전이다. 몸을 심하게 떨었고 날지 못했다. 봄이 와도 새 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전에는 아침이면 울새, 검정지빠귀, 비둘기, 어치, 굴뚝새의 합창이 울려 퍼지곤 했는데 지금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들판과 숲과 습지에 오직 침묵만이 감돌았다.” 반세기도 더 전 레이철 카슨의 묘사가 눈에 띄지 않은 형태로 전지구적 규모에서 벌어지고 있다면 과장일까.
김범수 논설위원 bs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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