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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재건축 또 미뤄지다니…” 기약없는 셋방살이

입력
2019.05.14 04:4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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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소공동에 위치한 한국은행 본부 전경. 한은은 제1별관을 재건축하고 본관을 리모델링하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중구 소공동에 위치한 한국은행 본부 전경. 한은은 제1별관을 재건축하고 본관을 리모델링하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달청이 감사원의 위법 판정을 받은 한국은행 본부 재건축 시공사 공모를 전격 재입찰하기로 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당장 낙찰예정자 자격을 잃게 된 계룡건설과 차순위 업체로서 낙찰예정자 자격 승계를 주장해온 삼성물산 모두 기존 입찰을 무효화한 조달청 결정에 반발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한은은 벌써 1년 반째 착공조차 못한 재건축 사업이 다시금 기약 없이 미뤄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조달청은 지난 10일 한은 재건축 공사입찰 공고를 취소한 데 이어 조만간 새 입찰 공고를 낼 계획이다. 재작년 진행된 종전 입찰에서 예정가격(발주처가 잠정적으로 정한 공사 가격, 이하 예가) 초과 입찰이 허용되고 실제 예가를 웃도는 입찰가를 써낸 계룡건설이 낙찰예정자로 선정된 점을 감사원이 문제 삼은 만큼, 재입찰공고엔 ‘예가 초과 입찰 금지’ 조항이 명문화된다. 조달청 관계자는 13일 “한은과 공고 문안 등을 협의해 최대한 신속히 공고를 게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계룡건설과 삼성물산은 이런 조달청의 결정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계룡건설은 이번 조치로 낙찰예정자 자격을 잃게 됐지만 재입찰은 가능하다. 하지만 계룡건설 관계자는 “우리는 적법 절차로 낙찰예정자 지위를 획득했고, 감사원 감사 결과에 지적된 불법 사항은 우리와 관련 없다”고 주장했다.

관련 법령을 들어 ‘차순위자가 우선 낙찰 심사대상’이라고 주장해온 삼성물산 측도 “당혹스럽다”며 불복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두 회사는 나란히 조달청을 상대로 ‘입찰공고 취소 무효소송’을 제기하는 동시에, 계룡건설은 ‘낙찰예정자 지위 보전’, 삼성물산은 ‘낙찰예정자 지위 확인’을 위한 소송을 각각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론 가처분신청, 장기적으론 본안소송으로 이어질 법적 판단의 향방에 따라 재입찰 절차 진행 차질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은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됐다”며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을 감추지 못한다. 예상치 못한 입찰 시비로 벌써 1년반째 공사에도 착수하지 못하고 있는데, 시공사 선정 절차가 원점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입찰부터 완공까지 빨라도 최소 3년 이상이 걸리는데, 계룡건설과 삼성물산이 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얼마나 더 사업이 지연될지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조달청은 재입찰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조달청 관계자는 “감사원이 종전 입찰공고를 위법요인으로 지목한 이상 이를 그대로 둔 채 낙찰예정자만 입찰무효로 처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조달청은 다만 입찰업체 심사 과정에서 불공정 시비가 있었던 점을 감안해 조달청 직원의 심사위원 참여를 최소화하는 등 심사 공정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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