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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난데스, 61개 안타에 삼진 16개뿐 ‘쿠바 특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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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난데스, 61개 안타에 삼진 16개뿐 ‘쿠바 특급’

입력
2019.05.13 15:52
수정
2019.05.13 20:24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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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외인타자 잔혹사에 마침표

두산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 두산베어스 제공
두산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 두산베어스 제공

두산 베어스의 올 시즌 새 외국인 타자 호세 페르난데스(31ㆍ쿠바)가 구단의 오랜 고민인 ‘외인 타자 걱정’을 지워내고 있다.

페르난데스는 13일 현재 타율 2위(0.361)에 홈런 3위(9개), 최다안타 1위(61개), 타점 2위(41점), 득점 4위(33점), 출루율 4위(0.432), 장타율 3위(0.592) 등 공격 지표 전 분야에 걸쳐 리그 최상위권이다. 몰아치기에도 능해 멀티히트(2안타 이상) 경기가 21개로 리그에서 가장 많고, 결승타 역시 7개(1위)로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가성비로도 ‘갑’이다. 페르난데스의 연봉은 70만 달러로 10명의 외인 타자 가운데 8번째지만, 성적은 외인 타자 최고 연봉인 러프(삼성, 170만 달러)를 훨씬 앞선다. 러프는 타율 0.315에 홈런 6개, 27타점, 19득점을 기록 중이다.

무엇보다 맞히는 능력이 뛰어나다. 삼진이 16개밖에 되지 않는다. 팀 내 최고 경쟁자이자 지난 시즌 홈런왕 김재환의 삼진(40개)에 절반도 안된다. 김태형 두산 감독 역시 “기본적으로 공을 잘 본다”며 그의 선구안을 높게 평가했다.

‘홈런 타자인가, 교타자인가’라는 질문에 페르난데스는 주저 없이 “나는 콘택트형 타자”라고 답했다. 그는 “최근 꾸준한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홈런이 늘었지만, 나는 처음부터 교타자로 야구를 배웠고 성장했다”면서 “홈런 욕심보다는 공만 제대로 맞히자는 생각으로 타석에 들어선다”라고 말했다. 좌타자인데도 불구하고 좌투수 상대 타율 0.391로 잘 공략하고 있다. 우투수에게 0.345, 사이드ㆍ언더 투수에게도 0.385로 약점이 없다.

올 시즌 2번 타순에 배치돼 ‘강한 2번’을 추구하는 두산의 올 시즌 야구 스타일과도 잘 맞는다. 김태형 감독은 “페르난데스가 유독 2번 타자일 때 성적이 좋다”면서 “출루율도 좋고, 1번 타자들과도 호흡이 잘 맞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2번타자일 때 타율은 0.390이지만, 다른 타순에서는 0.214로 내려간다. 하지만 정작 페르난데스는 “우연일 뿐”이라고 말한다. 페르난데스는 “타순이나 수비 포지션이 어디든 개의치 않는다”면서 “그저 팀이 승리하는데 도움이 되자는 생각뿐”이라고 했다.

두산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 두산베어스 제공
두산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 두산베어스 제공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았지만 “두산의 외인 타자 잔혹사를 지울 선수”라는 전망까지 조심스럽게 나온다. 1998년 외국인선수 제도가 도입된 이후 두산 마운드에서는 레스(2002년 16승ㆍ2004년 17승), 랜들(2005~07년 40승) 니퍼트(2011~17년 95승), 보우덴(2016년 18승) 등 리그 최고 에이스들이 꾸준히 배출됐다. 하지만, 타자 쪽은 상황이 달랐다. ‘1998년 홈런왕’ 타이론 우즈가 떠난 이후 쿨바(2003, 44경기 0.215), 알칸트라(2004, 37경기 0.231), 왓슨(2009, 10경기 0.184) 등이 줄줄이 실패했다. 2014년 칸투는 장타율(0.524)과 득점권 타율(0.258)이 아쉬웠고, 2015년 로메로도 0.253에 그쳤다. 2016~17년 에반스(0.301, 홈런 51)가 나쁘지 않았지만, 2018년 또다시 파레디스(21경기 0.138)와 반슬라이크(12경기 0.128)가 극도로 부진했다.

페르난데스 역시 시범 경기 때만 해도 타율 0.167(18타수 3안타)로 불안했다. 홈런과 타점은 하나도 없었고, 삼진은 5개나 됐다. 하지만 시즌이 시작되자마자 잠재력을 폭발시키며 주변의 우려를 훌훌 털어냈다. 페르난데스는 “(시범 경기 성적은) 시즌을 준비하는 일부분이었을 뿐, 당시에도 나쁜 성적에 대해 별로 개의치 않았다”면서 “안 좋았던 기간 상대 투수의 특성과 타이밍 등을 분석하는데 집중했고, 이제야 효과를 발휘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두산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 두산베어스 제공
두산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 두산베어스 제공

한국 야구 문화에 대해서도 의견을 내놨다. 그는 “상대 선수를 배려하는 태도는 한국 야구 수준이 더 높다”면서 “또 팬들의 뜨거운 응원 문화도 흥미롭다. 선수 개인을 위한 응원가가 있는 점도 재미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쿠바 야구는 그라운드에서 정말 강하다”라고 강조했다.

쿠바에 두고 온 가족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휴일이나 쉬는 시간에 수시로 가족 및 친구들과 영상통화를 한다”라고 했다. 한국 음식에도 거의 거부감이 없는데, 특히 “뚜껑이 큰 컵라면을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그는 “동료 최주환이 먹길래 옆에서 빼앗아 먹었는데 처음 경험한 맛이었다”면서 “너무 맛있었다”라고 했다.

두산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 두산베어스 제공
두산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 두산베어스 제공

올해 목표는 물론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그는 “지난해 두산이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고도 한국시리즈에서 아쉽게 우승을 놓치는 등 2년째 우승을 못 했다고 들었다”면서 “개인 타이틀보다는 팀 우승에 도움이 되는 선수로 남고 싶다”라고 했다. 특히 올 시즌 후 프리미어 12에 관해서도 관심을 드러냈다. 그는 “프리미어 12에서 한국과 쿠바 대표팀이 고척 스카이돔에서 경기를 치르는 것으로 안다”면서 “내가 쿠바 대표팀이 되면 한국 대표팀과 맞대결을 할 텐데, 흥미로울 것 같다”며 웃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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