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로 무너진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첨탑 재건과 관련해 전세계에서 다양한 설계 방안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프랑스 정부는 첨탑 재건안을 국제 공모에 부치겠다 밝혔지만, 프랑스 국민 대다수는 첨탑을 원형 그대로 되살려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복원 과정에 진통도 예상된다.
공개된 첨탑 설계안은 현대적이면서도 창의적인 디자인이 돋보인다. 프랑스 디자이너인 마티외 르아뇌르는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불길이 타오르는 모습을 형상화한 ‘영원한 불꽃’ (permanent flame) 디자인을 선보였다. 불꽃 조형물은 약 91m의 높이로, 탄소섬유 재질로 만들어 금빛으로 도금한다는 구상이다. 불길이 대성당 지붕을 휩쓸던 모습을 묘사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슬로바키아 디자인회사인 비즘 아틀리의 건축가 미칼 코박은 첨탑이 있던 자리에 조명탑을 세우는 방안을 제안했다. 하늘로 높이 치솟은 조명탑을 세우고 밤에 흰 빛줄기를 하늘로 쏘아 올리자는 것이다. 그는 “첨탑을 통해 하늘에 더 가까이 가고자 했던 중세 고딕 건축가들의 건축 의도와도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브라질 건축가 알렉상드르 판토치는 대성당의 지붕과 첨탑을 스테인드글라스로 재건하는 설계안을 내놨다. 첨탑의 모든 부분을 스테인드글라스로 만들어 자연 조명이 여러 색상으로 내부에 퍼지게 하겠다는 것이다.
친환경적 설계도 눈에 띈다. 벨기에 출신 건축가 뱅상 칼보는 성당 지붕을 특수 크리스털 유리로 바꾸는 구상안을 발표했다. 크리스털 유리로 첨탑의 투명성과 개방성을 확보하고 빛을 흡수해 얻은 에너지를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태양열 에너지로 운영할 수 있는 정원 설계안도 제시됐다. 파리의 건축사무소 스튜디오 NAB는 성당 옥상을 온실로 바꾸고 화재에서 살아남은 18만 마리의 벌들을 수용할 양봉장을 설계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프랑스에서는 첨탑 디자인을 두고 역사성을 살릴 것인지, 현대성을 살릴 것인지 의견이 갈리고 있다.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는 지난달 17일 첨탑 디자인 국제 공모 계획을 밝히며 “현시대의 기술과 경향에 맞는 새로운 첨탑을 세우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9일 현지 매체 르 피가로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국민의 55%는 첨탑을 화재 이전의 모습으로 복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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