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45평형 아파트에 5명이 모여 사는 고경남(60)씨댁의 한 달 전기료는 9,000원대다. 3년 전 서울시의 대표적인 에너지절약 시민운동인 ‘에코마일리지’에 가입하면서 몸에 밴 습관 덕이다. “가끔 밤에 자다 일어나면 꺼져있는지 컴퓨터 전기코드를 확인해볼 정도였어요. 초등학교 4학년인 손녀도 이젠 습관이 되어 꺼놓더라고요.” 에코 마일리지에 동참하기 전 고씨는 전기요금만 5만~6만원이 찍힌 관리비명세서를 받았다. 전기요금을 줄이기 위해 그는 우선 베란다에 미니태양광 발전기 두 대를 설치했다. 집안의 등도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싹 바꿨다. 멀티탭을 이용해 사용하지 않는 전자기기의 전원은 내렸다. 정수기만 5번을 바꿨다. 지금은 18ℓ짜리 물통에 펌프식 기계를 달아 정수기로 쓰고 있다. 고씨는 “이렇게 했더니 꿈이었던 2만원대로 전기요금이 떨어졌고, 이젠 9,000원대도 나온다”며 “에너지 사용을 줄였다고 작년에는 5만원씩 두 번의 인센티브를 받았다”고 말했다. 10만원 상당의 온누리상품권을 받아 동네 재래시장에서 썼다는 고씨는 어느새 에코마일리지 전도사가 됐다.
공공기관에서도 마일리지 제도가 애용되고 있다. 2009년부터 시작된 서울시의 에코마일리지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회원 수가 200만명을 넘어선 에코마일리지는 서울시민의 삶 속을 파고들고 있다. 서울시민 5명 중 1명은 에코마일리지 회원인 셈이다. 에코마일리지는 가정이나 건물에서 전기나 수도, 도시가스 등 에너지 사용을 줄이면 인센티브를 주는 시민 참여 프로그램이다. 에너지 사용량을 6개월 단위로 직전 2년 동안 같은 기간의 평균 사용량과 비교해 5% 이상 줄이면 1만~10만 마일리지를 차등 지급한다. 1마일리지를 1원처럼 쓸 수 있다. 지방세나 아파트 관리비를 내거나 온누리상품권, 문화상품권, 티머니 충전 등에 사용할 수 있다. 마일리지로 기부를 하면 연말에 소득공제 혜택도 받는다. 에너지를 절약하면서 환경을 보호하고, 돈도 버는 일석삼조 효과를 내면서 각광을 받고 있다.
에코마일리지가 서울시민의 특권이라면 서울을 제외한 16개 시ㆍ도 주민들은 환경부의 탄소포인트제를 이용하면 된다. 역시 에너지 절약 실적을 온실가스로 환산해 포인트를 발급하고, 1포인트당 3원 이내 인센티브로 제공하는 제도다. 현재 180만여가구가 참여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에코마일리지로 당진 화력발전소 1기가 1년 동안 생산하는 양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줄인 효과를 냈다”며 “온실가스 배출량으로 보면 총 193만7,000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 여의도 620배 면적에 숲을 조성하거나 30년산 소나무 2만9,349만 그루를 심은 것과 맞먹는 효과”라고 설명했다. 에너지 절약 노력이 생활습관으로 정착된 것도 소득 중 하나다.
참여를 원하는 사람은 탄소포인트제 홈페이지(wwwcpoint.or.kr)에서 가입하면 된다. 시ㆍ구ㆍ군 담당 부서에 직접 방문해 서면 신청도 가능하다. 서울시민은 에코마일리지 홈페이지(ecomileage.seoul.go.kr)에서 가입 신청하면 된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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