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증 있는 기초 사실관계까지 모르쇠 …검찰, 조만간 구속영장 청구
건설업자 윤중천씨에게 뇌물ㆍ향응 및 성접대를 제공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두 번째 검찰 조사에서도 거의 모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씨는 알 지도 못하는 사람”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검찰의 대질조사 요구에는 “모르는 사람과 왜 대질을 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이 물증이 확보된 사실관계 조차 부인하는 등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고 이번 주 내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김학의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은 12일 억대 뇌물수수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김 전 차관을 불러 조사했다. 지난 9일에 이어 사흘 만에 이뤄진 두 번째 소환이었다. 조사에서 김 전 차관은 검찰이 제시한 대부분 범죄사실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윤중천을 모른다”거나 “별장에 간 사실이 없다”며 기초적인 사실관계마저 부인했다. ‘별장 동영상’ 속 남성에 대해서도 “내가 아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윤씨와 대질조사로 수사의 물꼬를 틀 생각이었지만 김 전 차관이 완강하게 거부해 이뤄지지 못했다. 검찰은 9일 김 전 차관에 대한 첫 소환조사 때 윤씨를 검찰청사에 불러 대기까지 시켜놓았지만 김 전 차관은 당시에도 “모르는 사람과 대질이 왜 필요하느냐”고 거부했다고 한다.
김 전 차관이 일관되게 전면 부인으로 나서면서 이날 조사는 예상보다 일찍 마무리됐다. 검찰은 더 이상 김 전 차관을 조사하는 게 의미가 없다고 판단, 조만간 신병 처리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이 윤씨에게 약 1억3,000만원의 뇌물을 받았다고 보고 있다. 이 가운데 윤씨가 김 전 차관에게 직접 건넸다고 진술한 금품은 3,000만원 안팎이다. 윤씨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김 전 차관에게 명절 떡값 등 명목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수 백 만원씩의 현금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2007년 2월 김 전 차관이 검사장으로 승진했을 때는 “도움을 준 이에게 성의 표시를 하라”며 500만원을 줬고, 감정가 1,000만원 가량의 서양화 한 점도 김 전 차관이 요구해 건넸다고 한다.
특히 검찰은 성폭행 피해를 주장해온 이모씨의 빚 1억원을 윤씨가 탕감해 준 것이 김 전 차관에 대한 뇌물이라고 보고 제3자 뇌물 혐의를 적용할 예정이다. 윤씨는 2007년 이씨에게 명품판매점을 차려주면서 보증금으로 1억원을 줬다. 이후 자금사정이 어려워지자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으나 거부당했다. 이에 윤씨는 2008년 2월 이씨를 횡령 혐의로 고소했는데, 김 전 차관이 요구해 소를 취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이 성접대 사실이 드러날까 고소 취하를 종용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밖에 검찰은 김 전 차관이 2009~2010년 사업가 최모씨로부터 수 천 만원의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최씨가 김 전 차관에게 용돈과 생활비 명목의 돈을 주는 일종의 ‘스폰서’였다고 보고,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시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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