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에서 라마단 새벽식사를 알리는 임무에 투입된 한국산 초음속 항공기 T-50i의 발진 모습. 인터넷 캡처

인도네시아 공군이 매일 동 트기 전 한국산 초음속 항공기(T-50i)의 발진 훈련을 하겠다고 천명했다. 최대한 낮게 날다가 하늘로 치솟고, 제트엔진 굉음을 재량껏 발산하라는 구체적인 지시까지 떨어졌다. 그것도 인구가 밀집한 도시 지역에서 이뤄지는 훈련이다. 다른 나라 같으면 반발 여론이 들끓을 텐데, 정작 인도네시아 공군은 일석이조라며 흡족해하고 있다. 사연은 이렇다.

인도네시아 공군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 계정에 ‘라마단 기간 새벽식사(Sahurㆍ사후르)를 위해 동부자바주(州)의 수라바야, 중부자바주의 수라카르타(솔로), 족자카르타에서 제트기 새벽 훈련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의 뜻대로, 우리는 제트기를 이용해 사람들을 깨우는 전통을 지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슬림이 87%를 차지하는 인도네시아는 6일부터 한 달간 라마단 금식에 들어갔다. 이 기간 해가 떠 있는 동안은 아무 것도 먹고 마실 수 없다. 물 한 모금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그래서 동트기 전인 오전 3~4시쯤 일어나 새벽식사를 한다. 이 시간이 되면 마을에 있는 모스크마다 확성기로 “방운(일어나라)” “방운” 외치는 통에 잠을 설칠 수밖에 없다. 새벽에 먹어두지 않으면 하루를 버티기 어렵기 때문에 악착같이 깨우는 일이 일종의 전통으로 굳었다.

즉 인도네시아 공군은 전투기 소음으로 저 오랜 전통에 참여하겠다는 얘기다. 사람들을 확실히 깨우기 위해 훈련은 저공비행으로 도심을 날다가 갑자기 하늘로 치솟으며 소음을 내거나, 터보제트엔진의 추진력을 증가시키며 굉음을 내는 장치인 애프터버너를 반드시 사용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한국산 초음속 항공기 T-50i, 미국산 전투기 F-16이 주로 투입된다.

라마단 기간에 새벽 식사를 알리는 임무를 수행하는 인도네시아의 F-16 전투기. 인터넷 캡처

새벽 훈련은 공군 조종사들이 라마단 기간 낮 훈련을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금식을 하면 혈당 수치가 떨어져서 오전 10시 이후 항공 훈련은 금물이라는 것이 의학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인도네시아 공군 관계자는 “조종사의 혈당치가 낮은 상태에선 항공기 운항을 권장하지 않는 게 공군의 방침”이라며 “새벽 훈련은 전통도 유지하고 훈련도 하는 복합 임무”라고 현지 신문 ‘자카르타포스트’에 설명했다. 새벽 훈련은 몇 년 전부터 진행됐다.

자카르타 MRT 내부.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라마단과 관련해 수도 자카르타에선 도심고속철도(MRT) 내 음식물 섭취가 임시 허용됐다. 원래 MRT 내에선 음식물을 절대 먹을 수 없지만, 라마단 기간 해가 진 뒤 금식을 깨는 첫 식사를 뜻하는 이프타르(iftar)로 물과 대추야자 정도는 MRT 객차 안에서 허락하겠다는 것이다. 부득불 MRT 안에서 이프타르를 맞는 승객들을 위한 배려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