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폭스바겐과 협력 확대 경쟁사에 위기감 느꼈을 것”
SK이노베이션이 지난 3월 19일(현지시간) 미국 남동부 조지아주에서 전기자동차 배터리 생산 공장 기공식을 개최하고 있다. 기공식에서 첫 삽을 뜨고 있는 김준(왼쪽 여섯번째)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최재원(왼쪽 아홉번째) SK그룹 수석부회장, 윌버 로스(왼쪽 일곱번째) 미 상무장관, 브라이언 켐프(왼쪽 여덟번째) 미 조지아주지사. SK이노베이션 제공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로 인한 손실이 1조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SK이노베이션이 자사의 전기차 배터리 기술 관련 직원들을 빼간 뒤 폭스바겐의 대규모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수주하면서 이 같은 규모의 손실과 기회비용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12일 미국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이 공개한 소장에서 LG화학은 “폭스바겐의 미국 전기차 사업 (수주전에서) SK이노베이션의 승리가 LG화학의 사업을 제약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SK이노베이션 때문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폭스바겐 공급 계약을 비롯한 잠재 고객을 잃었고, 이에 따른 손실이 10억달러(약 1조원)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미국에선 대부분의 소송 자료가 인터넷을 통해 공개된다.

이로써 양사간 극한 대립을 촉발한 원인이 폭스바겐 사업 수주일 거라는 업계의 분석이 사실로 확인됐다. 앞서 LG화학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침해 이유로 제소했다.

디젤승용차 배출가스 조작 파문을 겪은 폭스바겐은 적극적으로 전기차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폭스바겐이 2020년 생산할 전기차의 유럽과 중국 배터리 물량은 LG화학과 삼성SDI, 중국업체 CATL이 따냈지만, 2022년 유럽과 미국 물량 수주는 SK이노베이션이 선점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폭스바겐 수주 규모를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의 기술 수준으로 볼 때 자사의 인력을 빼가지 않았다면 폭스바겐 수주가 불가능했을 거라는 입장이다. 때문에 LG화학이 주장하는 ‘1조원 손실’은 SK이노베이션의 2022년 폭스바겐 물량 수주 규모와 기회비용을 합한 것으로 풀이된다. LG화학 측은 “향후 소송 절차를 통해 손해 규모의 근거를 구체적으로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은 “(폭스바겐을 포함한) 모든 수주는 오랜 기간의 기술 개발과 글로벌 경영 노하우로 준비한 전략을 통해 정당하게 만들어진 결과”라며 “SK의 기술력과 공급 역량을 선택한 고객사들은 이를 더 잘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2025년까지 전기차 1,500만대 생산 계획을 세운 폭스바겐은 세계 전기차 배터리 업계의 ‘큰 손’이다. 최근 모든 차종에 적용할 수 있는 ‘전기차 플랫폼’까지 공개함에 따라 폭스바겐 사업을 수주하면 ‘규모의 경제’를 누릴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SK이노베이션이 지난 3월 첫 삽을 뜬 미국 조지아주 공장에서는 폭스바겐 전기차 플랫폼에 맞춘 배터리가 생산될 예정이다.

LG화학과 업계 일각에선 LG화학이 ITC 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SK이노베이션의 조지아주 공장은 가동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그러나 공장 가동에는 일체 영향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최근 폭스바겐과 배터리 공급 목적의 합작사 설립 논의를 시작했다”며 “합작사 설립으로 고객사에 종속되지 않겠다고 선언한 LG화학으로선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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