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복 케톤뇨가 당뇨병 발생 위험 낮춰
세브란스 이용호 교수 등 공동 연구결과
공복 상태에서 ‘케톤뇨’가 나오면 당뇨병 위험이 낮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용호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와 조남한 아주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김규리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연구팀은 당뇨병이 없는 정상인에서 케톤뇨가 나오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당뇨병 발생 위험이 37% 낮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유럽당뇨병연구학회 공식학술지(Diabetologia) 최신호에 실렸고, 5월 편집자 선정(Editor’s choice)으로 채택됐다.
케톤뇨는 오줌에 케톤이 섞여 나오는 것을 말한다. 케톤체는 지방산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부산물이다. 우리 몸에서 뇌와 심장, 골격근 등에서 에너지원으로 쓰이며, 체내 지방세포 내 지방이 많이 분해될수록 혈액 안에 케톤체가 늘어나게 된다.
최근 체중조절을 위한 간헐적 단식이나 탄수화물 제한 식이요법, 장시간 격렬한 운동이 체내 케톤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제1형(어린이) 당뇨병에서 인슐린 부족으로 생기는 케톤산혈증 위험성은 잘 알려져 있었다. 제1형 당뇨병의 경우 케톤산혈증이 발생하면 케톤체가 과다 생성(12mM 이상)돼 체액이 산성으로 변하고 당뇨병성 혼수로 이어질 수 있다.
정상인에서는 혈중 케톤체 농도가 0.2~5mM에 불과하다. 하지만 당뇨병이 없는 비당뇨인에서 케톤뇨가 당대사나 당뇨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었다.
연구팀은 질병관리본부 한국인유전체 역학조사사업(KoGES)에서 경기 안성·안산 지역사회 기반 코호트 자료를 분석했다. 분석결과 당뇨병이 없는 8,703명(40~69세)에서 195명(2.2%)이 8시간 공복 상태에서 케톤뇨를 보였다.
공복 시 케톤뇨가 나오는 정상인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체질량지수(24.5, vs 23.6)와 체지방량(17.0 vs 15.5)이 적었다. ‘나쁜’ LDL 콜레스테롤(3.0 vs 3.1)이나 공복 시 혈중 인슐린 수치(52.8 vs 43.1)도 낮았다.
연구팀은 케톤체가 검출된 195명과 케톤체가 검출되지 않은 8,508명을 1:4(185:740) 비율로 나이와 성별, BMI 등 당뇨병 위험요소를 보정해 비교했다.
대상군을 12년 추적 조사한 결과 케톤체가 검출된 정상인(A군)의 경우 케톤체가 검출되지 않은 정상인(B군)보다 당뇨별 발생 위험이 37% 낮았다.
연구팀은 이들을 대상으로 혈당과 대사지표도 분석했다. 공복 혈당의 경우 A군과 B군 모두 12년간 점차적으로 증가했지만, A군에서는 식후 혈당검사 수치가 유의하게 낮았다. 식후 혈당수치가 낮다는 것은 혈당의 조직 내 흡수와 이용이 원활해 당뇨병 위험이 낮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인슐린 저항성 수치의 경우 12년간 두 군에서 유의한 차이 없이 점차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인슐린 분비 기능은 A군이 B군보다 유의하게 높았다.
이용호 교수는 “당뇨병이 없는 정상인에서 케톤뇨가 나오면 다른 주요 당뇨병 위험인자와는 별개로 당뇨병 발생 위험이 줄었다”며 “정상인에서 공복 케톤뇨가 나오면 당대사적으로 유리하고 당뇨병 예방 가능성도 높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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