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메릭 탐방, 30년 전통의 이불 명가 ‘석영침장’
“이불로 행복의 질을 높이고 싶습니다.”
쉬메릭으로 등록된 석영침장은 손예주(56)대표가 1987년 작은 수예점을 열면서 시작됐다. 베개, 방석, 식탁보 등의 소품이 주력 제품이었다. 이불과 수예가 서서히 통합되는 분위기에서 이불을 시작했다. 간판도 ‘꾸밈방’에서 석영침장으로 바꿔 달았다. 2006년의 일이었다.
손 대표에 따르면 그 사이 침구류 분야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우선 면의 재질이 다양해졌다. 단순히 기술의 발전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예전엔 면과 양단, 명주로 이불피를 만들었다면 지금은 기능성 원단이 주류다. 그 이유가 재미있다. 1998년 금강산 관광이 시작되면서 등산복이 유행하기 시작해 기능성 원단에 대한 신뢰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손 대표는 “그때까지만 해도 피부에 직접 닿는 옷이나 이불은 면과 실크가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등산복과 골프 의류 덕분에 편견이 사라졌고 이후 이불 소재가 다양해졌다”고 설명했다.
질긴 소재가 적용되면서 평균 3년이던 이불의 수명이 대폭 늘어났다. 가격도 저렴해졌다. 2010년 즈음부터 ‘이불도 패션’이라는 의식이 서서히 퍼지면서 더욱 다양한 디자인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석 대표는 “의류에 적용된 디자인이 이불까지 오는데 2년 정도 걸린다”면서 “국내외에서 열리는 유명 패션쇼를 빼놓지 않고 보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
최근 들어 가장 호응이 많은 제품은 ‘모달 이불’이다. 모달은 너도밤나무 펄프를 원료로 만든 섬유로 천연제품에다 촉감이 부드럽다. 면과 모달을 30대 70으로 섞어 만든 이불피가 가장 인기가 좋다. 손 대표는 4년 전쯤, 15만원대 모달 이불을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마진 거품을 빼고 가장 대중적인 가격대의 모달 이불을 선두적으로 출시한 결과였다.
손 대표는 오랜 세월 침구류를 만들면서 나름의 철학도 생겼다고 밝혔다. 사업 초기만 해도 “이 제품이 잘 팔릴까, 하는데 집중했다면 지금은 내가 덮고 싶은 이불, 수면의 질을 높이는 이불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모달 이불을 직접 덮어보면서 가지게 된 생각이다.
“요즘 소확행이란 말이 유행인데, 좋은 이불은 가장 확실한 행복의 방법이란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잘 팔리는 히트상품보다 소비자가 진정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김광원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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