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밀분석 늦어지고 있어”, “이번에도 지나치게 소극적” 논란
전문가들 “두차례 발사체 동일…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 추정”
우리 군 당국과 정부가 북한이 전날 평북 구성시 일대에서 발사한 단거리 발사체를 단거리 미사일로 평가했지만,미국과 일본에서는 탄도미사일로 추정하고 있다는 소식들이 나오고 있다. 우리 정부는 “신형 무기체계일 가능성이 있어 분석이 늦어지고 있다”는 입장이나,지난 4일 1차 도발에 이어 발사체 평가에 지나치게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군 관계자는 10일 “(북한이 전날 쏜 발사체는) 현재까지 단거리 미사일로 평가하고 있다”며 “한미 정보당국의 공동평가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합동참모본부가 전날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불상 발사체’라고 평가한 것에 비하면 한걸음 나가 단거리 미사일로 좀 더 명확히 특정한 것이다.
반면 해외에서는 이 발사체를 탄도미사일로 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미 국방부를 인용해 9일(현지시간) 북한이 쏜 복수의 탄도미사일이 300㎞ 이상 비행해 바다에 떨어졌다고 밝혔다. NHK와 교도(共同)통신 등에 따르면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방위장관도 “(일본) 정부가 지금까지 수집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북한이) 9일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단거리 미사일로 평가하는 우리 군의 분석과 달리 미국과 일본에서는 탄도미사일이라고 분석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로이터 보도와 관련해선 “미국 국방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며,현재까지 한미 공동 평가는 단거리 미사일이라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그러면서 비행궤적과 정점 고도, 속도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정밀 분석을 해야 탄도미사일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가정보원 역시 이날 국회 정보위 소속 여야 의원들에게 북한이 9일 발사한 미사일과 관련해 “신형 무기체계일 가능성이 있어서 어느 종류의 미사일인지 분석이 늦게 되고 있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합참은 4일 발사된 단거리 발사체와 9일 발사된 단거리 미사일이 같은 기종인지 여부에 대해선 “외형적 차이가 있고, 발사체 비행특성이 상이한 점을 고려해 한미 정보 당국이 정밀 분석 중”이라고 했다. 4일 발사체의 이동식 발사대(TEL)는 차륜형, 9일은 궤도형이라고 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4일과 9일 발사 후 북한 매체를 통해 공개한 사진 등을 분석해 두 발사체가 사실상 같으며,소위 ‘북한판 이스칸데르’라고 불리는 지대지 탄도미사일일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러시아 이스칸데르는급하강하다 수평비행을 하고, 목표물 상공에서 수직으로 내려꽂는 등 복잡한 비행 궤적을 보여 방어가 어려운 것이 특징이다. 이날 북한이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북한군은 단거리 미사일 외에도 240mm 방사포와 신형 자주포를 섞어 쏜 것으로 추정됐다.군은 이날 오전 뒤늦게 방사포 등 10여발이 발사됐다고 밝혀발사체 숫자를 축소 발표한 것 아니냐는 논란도 일고 있다.
국정원은 북한의 이번 발사가 9ㆍ19 군사합의 위반인지 여부에 대해 “합의문에 미사일 발사가 안 된다는 문구가 없어 문구만으로만 보면 위반이라고 할 수 없지만, 합의 취지가 군사적 긴장이나 충돌 근원이 되는 일체의 적대적 행위 전면중단하자는 것이기 때문에 위반으로 볼 수 있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합참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에게 보고한 자리에서 9일 단거리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군 당국은) 북한 미사일 발사 1분 전 발사 사실을 알았다”고 밝혔다고 정보위 간사 이은재 의원이 전했다.합참은 이어 “지난 4일 발사의 경우에는 하루 전인 3일에 (사전징후를)알았다”고 덧붙였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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