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선거 유세 현장에서 한 남성이 지폐를 펼쳐 보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달 11일부터 한 달째 진행되고 있는 인도 총선에서 금권선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현금과 마약, 귀금속, 주류 등의 금품을 유권자들에게 마구 뿌려 왔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공식적으로 적발된 것만 해도 우리 돈으로 수천억원어치에 달하지만, 정확한 추적은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총선은 유권자만 9억명에 이르러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선거’라 불리고 있으나, 그 이면에선 ‘한 표’를 주고받기 위해 혼탁한 뒷거래가 횡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3월 10일 총선 일정이 확정된 이후부터 전날까지 인도 선거관리위원회가 전국에서 압수한 불법 금품의 규모는 무려 4억8,400만달러(약 5,706억원) 상당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뉴욕타임스(NYT)는 해당 금품에 대해 “표의 대가로 제공될 예정이었던 것으로 불법이지만, 충격적일 정도로 흔하다”면서 “투명하지 않게 집행되는 선거자금 현황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선관위가 밝힌 금품의 종류와 액수는 △마약 1억8,000만달러 △현금 1억1,700만달러 △주류 4,000만달러 △귀금속 1억4,000만달러 △기타 품목 900만달러 등이었다. 최대 액수 품목에 마약이 오른 것을 두고 로이터통신은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州)에서 적발된 1억달러 규모의 헤로인과 코카인 등 강력마약의 비중이 가장 컸다”고 전했다. 남동부 타밀나두주에서도 1억달러 규모의 귀금속이 적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인도 총선의 선거 비용으로는 총 80억달러 정도가 지출된 것으로 추산된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지출된 65억달러보다도 더 많은 금액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선거 자금은 지난 2014년 총선에 비해 40%나 늘어난 비용”이라면서 “유권자 한 사람당 8달러의 비용이 드는 셈”이라고 보도했다. 인도 국민의 60%의 하루 생활비가 3달러에도 못 미치는 상황을 감안하면 과도한 액수다.

이처럼 막대한 규모의 선거 자금이 지출되고 있지만 구체적 내역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깜깜이 선거 비용’이 불법 금품 살포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NYT는 “선거 비용이 개인과 기업에 의해 지출되면서 추적이 거의 불가능하다”면서 “후보 개인에게 적용되는 선거비와 관련, 지출 상한 금액이 존재하긴 하나 대부분이 신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지난 2014년 총선 당시 한 후보자는 선거 예산의 최대 64%를 ‘유권자 선물 지급’을 위해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현상 때문에 현지에선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알리샤 하리다사니 굽타 전 인도 선관위원장은 NYT에 “(유권자에 대한) 금품 무료 제공은 (점점 더) 위협적인 일이 되고 있다”며 “사람들이 정책이나 선거 프로그램보다 돈을 더 신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번 인도 총선은 인도 전역에서 7차례의 투표가 더 이어진 뒤, 오는 19일 종료된다. 선거 결과는 23일 공개될 예정이다.

홍윤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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