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을 해체해야 할 때가 됐다.”
전 세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페이스북의 공동 창업자인 크리스 휴즈가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장문의 글 제목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와 2007년 결별한 뒤, 지금은 ‘경제적 보장 프로젝트(ESP)’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그는 이날 “저커버그의 영향력은 공적ㆍ사적 영역의 그 누구보다 믿기 어려울 정도”라며 이 같이 주장했다. 페이스북의 회사 분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처음 나온 건 아니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라 ‘설립자’한테서 제기됐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이날 NYT 오피니언면을 통해 공개된 기고문에서 휴즈는 저커버그와 페이스북이 ‘독점 기업’이며 다른 회사의 기술을 차용하거나 인수하는 방법으로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의 합병을 사례로 들었다. 또한 이러한 인수합병을 미국 연방통상위원회(FTC)가 승인한 것을 “가장 큰 실수”라고 꼬집기도 했다.
휴즈는 AT&T와 스탠더드오일 등 과거 독점 기업들이 정부 주도로 해체된 점을 상기시키며 의회로부터 권한을 받은 기관이 정보기술(IT) 기업에 대한 규제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6년 미국 대선 과정에서 페이스북 이용자 5,000만명의 데이터가 불법 유출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운동에 사용된 것으로 밝혀져 큰 파문이 일었던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스캔들’ 같은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선 개인 정보 보호를 최우선 순위에 둬야 한다고도 했다.
실제로 페이스북은 견제가 거의 불가능한 거대 공룡 기업으로 성장했다. 휴즈는 기고문에 “페이스북의 가치는 5,000억달러(약 590조원)에 달한다”며 “지난 4월 미국 정부가 페이스북에 50억달러(약 5조9,000억원) 벌금을 부과했을 때에도 이 회사의 주가는 7% 상승했다”고 적었다. 하루 사이에만 벌금 규모의 여섯 배인 300억달러(약 35조4,000억원)만큼 시총이 증가했다는 지적이다.
페이스북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닉 클레그 글로벌업무담당 부사장은 이날 각 언론사들에 보낸 성명을 통해 “페이스북은 성공에 책임이 따른다는 걸 받아들인다”면서도 “성공적인 미국 기업을 분할하는 방식으로 책임감을 강요해서는 안된다”고 반박했다. 클레그 부사장은 이어 “기술 기업의 책임성은 인터넷에 새로운 규칙을 소개하는 노력에서 실현된다”며 “저커버그 CEO가 원하는 게 바로 이런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커버그 CEO는 이번주 중 정부 관계자를 만날 예정이다.
페이스북에 대한 분할 요구는 정치권에서도 나온다. 앞서 엘리자베스 워런(민주ㆍ메사추세츠) 상원의원은 전날 기고 전문 사이트인 ‘미디엄’에 올린 글에서 “반독점법의 허술한 집행은 기술 분야에서 경쟁과 혁신의 급격한 감소를 초래했다”며 “아마존과 구글, 페이스북을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원 법사위원회 소속인 리처드 블루먼솔(민주ㆍ코네티컷) 의원도 이에 동조하는 입장을 펴고 있다고 미국 IT 전문매체 버지는 전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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