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원내사령탑으로 8일 선출된 이인영 원내대표는 부드러운 남자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도 했다. 말도 잘 듣겠다고 다짐했다. 당선 소감치고는 다소 생소한 다짐을 했는데, 그만큼 그에게 덧씌워진 인상이 호의적인 것은 아니었기 때문인 듯하다.
이 원내대표를 향한 당내 인상비평을 종합하면 이렇다. 고지식하다. 까칠하다. 고집이 세다. 원칙주의자다. 스킨십이 약하다. 여기에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초대 의장이라는 꼬리표는 그를 ‘운동권’이라는 좁은 울타리에 가둬놓는 역할을 했다. 당선 직후 “원래 따뜻한 사람인데, 정치하면서 천성을 잃어버린 것 같아 속상했다”고 말한 걸 보면, 그도 이런 세평을 의식했던 모양이다.
이 원내대표는 천성을 보여주기 위한 시동을 걸었다. 기회 있을 때마다 경청하고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장에서도 그랬고, 당내 회의를 할 때도 그랬다. 심지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만나서도 그랬다. 손을 마주 잡고 활짝 웃던 두 원내대표 모습만 보면 지금 여야가 대치 중인 게 맞는지 헷갈릴 정도였다. 그를 ‘착한 누나’와 어울리는 부드러운 남자로 칭해도 될 법했다.
하지만 불과 3주 전까지만 해도 그는 날이 서있었다. 이 원내대표는 출마이유를 설명하면서 “나경원 원내대표가 합리적 보수정치의 길을 갈 수 있는 사람이라고 판단했는데 그마저도 극우정치를 선동하는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의 행보에 실망감을 드러낸 것이다.
이 원내대표는 당의 변화와 쇄신을 강조하면서 자신부터 변하겠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자신에게 덧씌우진 부정적 이미지를 걷어내는 것도 포함됐을 터. 문제는 그가 변하면 나 원내대표도 변할지 여부다. 극우정치로 가지 않고 합리적 보수정치의 길로 말이다. 그의 변화가 기대되는 이유다.
강철원 기자 str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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