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도발에 공개일정 안 잡아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2주년인 10일 특별한 공개 일정 없이 차분한 하루를 보냈다. 북한이 전날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닷새 만에 다시 쏘아 올리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진전시키기 위한 문 대통령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여파가 컸다. 예정됐던 출입기자단과의 만찬 겸 간담회도 미사일 발사로 취소됐다.
대신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삼청동 청와대 인근의 작은 청국장 집에서 노영민 비서실장을 비롯한 참모진 10여명과 점심을 함께하며 취임 2주년을 조촐하게 자축했다. 문 대통령이 참여정부 시절 민정수석ㆍ비서실장 등으로 일할 때 종종 찾던 식당이라고 한다.
차량을 이용하는 대신 걸어서 식당까지 이동한 문 대통령 일행은 1인분에 6,000원 정도 되는 청국장ㆍ제육볶음 등을 고루 시켜 40여분간 식사를 함께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문 대통령을 발견하고 몰려든 시민들은 “힘내세요” “사랑해요” 등의 말을 건넸고, 문 대통령과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청와대 직원들에게도 과일 도시락을 돌리는 것으로 문재인 정부 출범 2주년을 기념했다. 청와대는 또 그간의 국정 성과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지난 1년간 진행된 문 대통령의 55개 일정을 메시지와 영상을 곁들여 타임라인 형태로 정리한 인터넷 ‘2주년 특별페이지’도 공개했다.
문 대통령은 당초 청와대 녹지원으로 출입기자 250여명을 초청해 대화를 나눌 계획이었다. 정부 출범 이후 2년간의 소회를 밝히고, 정책성과 등을 설명하기 위한 자리였다. 하지만 북한이 전날 평안북도 구성 지역에서 미사일 2발을 또 쏘아 올리면서 행사가 취소됐다. 기자단이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로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인 만큼 친교 행사를 연기하는 게 낫겠다는 의견을 전달했고, 청와대가 이를 받아들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주년 때도 특별한 공개행사 없이 차분한 하루를 보냈다. 당일 저녁 청와대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청와대 녹지원으로 초대해 음악회를 함께 감상하는 걸로 대신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청와대 2주년이라는 것은 통상 생각하는 기념일의 의미와는 조금 달라야 하지 않냐는 생각”이라며 “이제 봄인데, 새싹이 언 땅을 뚫고 올라오는 것처럼, 상황이 어렵더라도 처음의 마음을 잃지 않고 계속 그 길을 가는 것이 저희들의 임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전날 방송 대담에서 “촛불의 힘이, 평범한 사람들의 선한 의지가 정권교체를 이뤄냈고, 그 힘으로 문재인 정부가 탄생했다. 임기를 마칠 때까지 촛불 정신을 지켜나가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고 한 사실을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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