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버스 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자동차노련은 10일 버스 파업 관련 전국 9개 지역 대표자회의에서 ‘조합원 전원의 전면 동시파업 원칙’을 정하고 강경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앞서 8~9일 실시된 사업장별 버스노조 투표에서는 서울 등 전국 9개 지역 193개 사업장이 참여해 96.6%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15일부터 파업을 가결했다. 이에 따라 최종 조정일인 14일까지 극적인 노사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사상 초유의 전국 버스대란이 빚어지게 된다.
지역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버스노조가 파업에 나서게 된 공통 배경은 단순하다. 오는 7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주 52시간제를 시행함에 따라 줄어들게 되는 임금을 보전해 달라는 것이다. 버스기사 급여는 연장근로수당 비중이 높아 노동시간이 줄면 1인당 최고 110만원까지 월급이 급감한다. 그렇다고 버스업체들이 임금을 보전해 주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미 준공영제로 운영되는 서울 버스와 달리, 경기도 버스는 주 52시간제에 따라 1일 2교대 체제가 되려면 기사만 최소 3,500명을 더 뽑아야 한다.
주 52시간제는 노동자 삶의 질을 높이고 산업 안전을 증진하자는 취지였다. 추가 고용효과도 기대한 것이다. 정부가 현실적 수용 한계를 호소하며 점진적ㆍ순차적 시행을 요구해 온 업계 목소리를 외면하고 시행을 강행한 배경이다. 하지만 정작 버스 파업 사태가 불거질 때까지 문제의 핵심인 임금 보전과 비용 증가 해결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행태가 이어졌다. 국토교통부는 지자체에 요금을 인상하라 하고, 표심을 의식한 지자체는 중앙정부 정책이니 정부가 예산을 내놓으라는 식이다.
결국 이번 버스 파업 사태는 주 52시간제 시행을 결정해 놓고도 업계 경영과 노동자들의 근로여건에 미칠 파장에는 ‘나 몰라라’ 한 정치와 행정의 무책임이 빚은 위기다. 전국적으로 버스 파업이 본격화하는 상황을 막으려면 어쨌든 버스기사 임금을 합리적으로 보전해 주고, 임금 보전과 추가 고용을 감당할 정도로 버스요금을 올리거나 정부 예산을 배정하는 수밖에 없다. 정부ㆍ여당은 파업 방지와, 불가피하다면 버스요금 인상에 대해 책임지고 국민을 설득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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